역사를 바라볼 때 현재의 관점이 아닌 과거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지형과 행정구역 등이 변화하고, 역사를 해석하는 관점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화성과 수원, 오산은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기도 하고, 다시 셋으로 분리되기도 했던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변화를 인식하고, 역사를 바라볼 때 우리는 좀 더 풍부하고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본래 우리가 알고 있는 화성은 지금의 화성시 서부 일대로, 남양읍을 중심으로 서신면과 우정읍에 걸쳐 있었다. 고려와 조선 때는 ‘남양도호부’로 불리기도 했는데, 반면 수원의 경우 지금의 화성시 동부 일대와 수원, 안중, 오산을 포괄하며 ‘수원도호부’로 불렸다. 물론 두 지역 모두 한때 도호부로 불렸지만, 여러 이유들로 인해 도호부에서 부로 격하되기도 했다. 이런 지형과 행정구역의 변화를 떠올리면서, 어떤 특징점이 있는 주제로 바라보는 것도 역사를 해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소재가 된다.

■ 화성과 오산, 수원에 남겨진 서원의 흔적

흔히 화성과 수원, 오산의 서원을 떠올리면 크게 화성 ‘안곡서원’과 오산에 있는 ‘문헌서원(文憲書院)’을 떠올리게 된다. 이 가운데 오산의 ‘문헌서원’은 해동공자 최충(984~1068)과 그의 아들 최유선과 최유길의 위패를 봉안한 서원으로, 본래 황해도 해주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전쟁 이후 해주가 북한 땅이 되면서 지금은 갈 수가 없는 곳이다 보니, 지난 1991년 현 위치인 오산에 문헌서원을 세우게 된다. 따라서 문헌서원 그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역사적 관점에서는 화성과 수원, 오산의 대표적인 서원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화성시 서신면 상안리에 소재한 ‘안곡서원’

오산의 문헌서원을 제외하면 현재 화성시에 남아있는 서원은 박세희와 박세훈, 홍섬의 위패를 봉안한 ‘안곡서원(安谷書院)’이다. 안곡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훼철이 되었지만 해방 이후 지역의 유림들에 의해 복원이 된 경우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형상 눈에 보이는 안곡서원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화성시 관내에 또 다른 서원이 있었는지는 모르고 있다.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에 소재한 매곡서원지. 사당으로 추정되는 초석이 남아있다.

교육 공간인 강당지로 추정되는 곳. 지금은 밭으로 변해버린 모습이다.

현재까지 화성시 관내에 있다고 알려진 서원은 총 세 곳으로 매송면 천천리에 우암 송시열의 위패를 봉안한 ‘매곡서원(梅谷書院)’, 매송면 원리에 포저 조익과 아들 조복양, 손자 조지겸의 위패를 봉안한 ‘명고서원(明皐書院)’ 등이 있다. 세 곳의 서원 모두 ‘서원철폐령’에 따라 모두 훼철이 되었지만 ‘안곡서원’만 복원이 된 경우로, 복원이 되지 못한 ‘매곡서원’과 ‘명고서원’은 현재 초석만 남아있다. 물론 지금은 화성시 관내에 속해있지만, 서원이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매송면은 수원에 속했기에 <신증동국여지승람> 수원도호부 편에서 그 내용을 볼 수 있다.

■ 지명에 영향을 미친 매곡서원과 명고서원, 잊힌 역사의 현장

공교롭게 ‘매곡서원’이나 ‘명고서원’은 초석만 간신히 남아있는 모습으로, 비록 외형은 사라지고 없지만 서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명을 통해 알 수 있다. 가령 ‘명고서원’이 있는 매송면 원리의 ‘원(院)’은 사원을 뜻하는데, 명고서원이 있어 지명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매곡서원’ 역시 ‘서원로’라는 도로명 주소를 통해 이곳에 서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1700년에 만들어진 <여지대전도>를 보면 당시 수원부의 읍내 좌측에 매곡서원이 위치한 것을 볼 수 있다. 매곡서원과 명고서원 모두 예전에는 ‘서원말’로 불리기도 했는데, 외형은 비록 사라지고 없지만, 지명을 통해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역사적 의미가 있는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밭 사이로 돌출된 초석. 명고서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흔적이다.

명고서원이 있던 자리는 현재 밭으로 경작되어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다.

현재 명고서원과 매곡서원 모두 외형적으로 보면 이곳이 서원이었는지 알기가 어려울 만큼 훼손이 진행되었다. 그나마 ‘매곡서원’의 경우는 ‘사당’으로 추정되는 건물지가 잘 남아있어 서원의 형태를 유추할 수 있는 반면, ‘명고서원’의 경우 서원이 있던 곳 전체가 밭으로 경작되어 돌출된 초석 4개와 석재, 기와 파편 등이 간신히 남아있을 뿐이다. 두 곳 모두 위치와 정보 등의 관련 내용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잊힌 경우로, 사라진 역사의 현장이라 할지라도 이를 기록하고 잊지 않으려는 노력 역시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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