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21일 ‘경기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로써 산하 공공기관에서 노동자 경영참여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논란 많은 노동자 경영참여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경기도는 조례에 따른 대상기관이 25개 경기도 산하 공사와 공단, 출자·출연기관 가운데 경기도시공사와 경기관광공사, 평택항만공사 등 3개 지방공사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도의료원,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킨텍스 등 8개 정원 100명 이상의 출자·출연기관이라고 밝혔다.

노동이사제 도입 대상 11개 기관 135명의 상임 및 비상임이사 체제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각 기관별로 1명씩 11명의 이사가 추가돼 총 146명의 이사가 활동하게 된다. 도는 10월 임시회에 조례안을 상정한 후 내년 초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독일의 공동결정제도와 같이 유럽 등에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는 노동·사회 정책이다. 기업과 사회 차원에서 노동과 자본 및 국가가 임금 및 근로조건, 복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서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하는 제도적 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가 도입하는 노동이사제는 노조의 힘을 바탕으로 한 노사간 타협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노동조합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이 지사의 철학이나 공약 실행 차원에서 진행되는 측면이 강하다. 노동이사는 내부 공개모집을 통해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 가운데 1명을 도지사 등이 임명하도록 했으며, 노동이사는 노동조합원 지위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동이사는 이사회 참여, 주요 사항에 대한 의결권 행사 등 일반 비상임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는다. 이와 관련, 이 지사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하면 공공기관의 투명성이 개선될 것”이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니 노동자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노동자 경영참여는 그동안 상당히 제약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사용자 측은 노동자 경영참여에 대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의 신속하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의 어려움, 경영정보 유출, 노조에 대한 불신 등 여러 이유를 들어 거부해왔다. 그러나 지난 해 7월 노동이사제가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선정될 정도로 노동자 경영참여는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중요한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된다. 자본에게도 노동자의 참여와 협조는 경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 도입 예정인 노동이사제는 사기업과 달리 도입에 큰 어려움이 없고, 사측의 경영 독점과 끼리끼리 담합으로 인한 폐해 방지 등 순기능이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노동이사 추천 과정이나 최종 임명권이 도지사에게 있는 점, 노동이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제한적인 의미의 노동자 경영참여에 불과하지만 선도적으로 노동이사제 시험에 나선 경기도의 용기에 격려를 보낸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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