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과 관광지를 순환하는 ‘화성어차’는 수원을 찾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재미거리다. 그러나 10일부터 화성어차의 일부 노선이 행궁동 마을 내로 진입한다는 변경 소식에 주민들은 황당하기만 했다. 수원시는 주민 공청회 및 설명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화성어차 노선을 변경한다는 공고만 냈다. 이에 분노한 행궁동 시민들은 부랴부랴 담당 시의원과 및 수원시청 광광과를 찾아갔다.

2013년 생태교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저력으로 수원을 찾는 관광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행궁동 공방거리에서부터 이제는 행리단길이라고 불리는 카페거리까지 조성되었다. 공공한옥은 프랜차이즈 점포들로 채워지고 주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구경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옛 도심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사업은 대체로 주민을 위한 삶보다는 관광화로 인한 볼거리 및 체험거리를 진행한다. 이제 화성어차까지 마을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가장 큰 걱정은 안전문제다. 이곳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은 안 그래도 통행량이 급증하여 차가 많이 다니는 골목에 어차까지 들어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한다. 생태교통마을에 교통사고가 급증한다는 불명예스러운 소식이 들린다. 생태교통마을이라 하면 차가 아닌 친환경 교통수단이 이용되어야 하는데 ‘어차’는 말 그대로 휘발유를 사용한 자동차다. 뿐만 아니라 행궁동 내에 신호등이나 횡단보도도 없어서 출퇴근 시간에는 자동차의 무법천지다. 생태교통마을이 아니라 교통지옥마을이 되고 있다.

만약 어차가 들어오게 되면 20분, 30분에 한 대씩 지나가게 되므로 통행량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차가 막히는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일방통행 구간을 만들어 차를 우회하도록 하면 된다고 하지만 안전요원을 항상 배치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크다. 몇 년 전부터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불법주차도 늘어났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선도 없이 양쪽에서 차량이 지나다닐 경우 도로가 좁아서 보행자가 걷는 보도블럭까지 차가 들어오게 된다. SUV차량이 양쪽에서 함께 지나갈 경우 겨우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폭이다. 어차 시범 운행하는 날 이런 걱정을 예견이나 했다는 듯이 60대 노인이 차를 피하다가 경미한 사고를 당했다.

시민들이 더욱 화가 난 것은 주먹구구식의 근시안적인 관광정책과 주민과의 소통 없는 일방적인 결정 때문이다. 화성행궁 2단계 복원사업 일환으로 화성행궁 주차장에서 추진 중인 별주(1795년 혜경궁 홍씨 회갑 잔치 위해 설치) 발굴조사 때문에 기존 노선과 승차장 이용이 불가해졌다. 운행노선 변경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은 복원사업이 계획되었을 때부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럼에도 어떠한 해결책을 논하는 자리 없이 운행노선을 변경하겠다고 하고 행궁동주민센터의 공무원들에게 “주민들에게 잘 말 해 달라”는 부탁만 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경우 관광객 증가에 따른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좁은 도로로 인한 안전사고가 걱정이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행궁동에서 남창초등학교까지 등하교 시간 걸어 다녀야 하는 아이들 안전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횡단보도나 신호등도 없이 차가 지나다니는 행궁동에서 관광을 목적으로 한 어차까지 운행된다면 주민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

또 다른 불편함은 바로 주민의 일상이 구경거리로 전락하게 되는 감정이다. 어차가 시범운행 하는 날 관광객들이 손을 흔들고 지나가는데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듯 했다’고 말하는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낙후된 동네에 조명이나 간판 예쁘게 달고, 멋진 카페나 레스토랑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온다고 하여 과연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은 기쁘기만 할까? 임대료는 높아지고, 관광객은 증가하고, 주민들은 또다시 동네 바깥으로 내몰린다.

행궁동에 화성어차가 정기 운행을 하면 안전사고가 일어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된다는 걸 공무원들은 예견하지 못한 걸까. 안전요원을 배치하여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고, 일방통행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완벽하지 않다. 주민과의 합의와 소통 없이 확정한 수원시의 행정에 분노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행궁동은 관광객을 위한 마을이 아니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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