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 세교 고인돌공원에서 진행된 ‘제9회 오산독산성문화제'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약 6만5천여명의 관람객(주최 측 추산)이 참여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독산성문화제에서는 조선시대 전문적인 문화예술인 양성소이자 대중문화를 이끌었던 경기재인청 공연이 처음으로 본 무대에 올라 전국 최고 수준의 공연으로 지역민과 호흡하며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낳았다. 지역축제에 맞는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냄과 함께 전통문화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함으로써 이후 오산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재인마당과 마당극 형식으로 이어진 5시간여의 재인청 공연에서 수많은 관객들은 도살풀이, 태평무 등 경기재인청 본연의 춤과 풍물 공연 및 오산 산대희가 연출될 때마다 “오산에서 이런 공연 처음 본다”, “최고다”,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뜨겁게 호응했다. 인기 아이돌이나 대중가수 외에 우리의 전통문화예술공연에 관객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초반 관객이 없어 썰렁했던 공연장은 수준 높고, 재밌고, 익살스런 공연에 금방 구름관중으로 변해버렸다. 공연은 ‘질’이 결정한다는 진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경기재인청은 1784년 설립돼 1920년대 일제에 의한 강제 폐청까지의 기간 동안 4만여명의 전문문화예술인의 양성소이자 조선시대 궁중행사나 중국 사신 대접시 공연, 각 지역의 관청이나 민간행사 등에 참여하며 조선의 문화예술을 이끌던 예인들의 조직이다. 오산 부산동에 본산이 있었으며, 오산의 11대에 걸친 세습무가 출신 이용우 가계가 도대방 등 주요직책을 맡으며 이끌었다. 한성준, 이동안, 김숙자, 강선영 등 전통문화예술 관련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거나 당대를 주름잡았던 걸출한 인물들이 거의 대부분 재인청 소속이거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특히 이용우로 대표되는 경기도당굿은 판소리나 도살풀이·진쇠춤·군웅춤 등의 모태이자 각종 악기와 연주, 줄타기 등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 역할을 한다는 평을 받는다.

이날 마당극 형태로 선보인 오산 산대희는 중국에서 사신이 왔을 때 등 국가적 행사에서 재인청 소속 예인들이 광화문 광장 앞에서 수미터 높이의 산대를 설치하고 연희했던 역사적 사실을 오산 상황에 맞게 각색한 것이다. 재인청의 고장, 과거 조선시대 문화예술의 근거지이자 오늘날 전통문화의 뿌리 역할을 한 오산에 전국 각지의 예인들이 모여 한판 신나는 놀이판을 벌였다. 지역축제로서의 정체성 측면에서나 지역을 넘어선 전국 최고 수준의 공연, 관객의 놀라운 집중도와 관심, 환호 등은 오산 축제 공연의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듯하다.

경기도당굿이나 재인청류의 춤과 소리, 재주, 이로부터 발전시킨 국악현대화 및 국악에 바탕을 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의 결합, 재인청을 기반으로 한 대표 창작 콘텐츠 등이 이루어지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를 오산에서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세교동의 한 주민은 축제에서 처음 들어본 경기재인청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경기재인청이 조선시대 문화를 이끌었고, 유명한 전통문화 예술인들이 모두 영향을 받았다니 놀랍다. 부산동에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오산이 너무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곽상욱 시장은 마당극 도중 무대에 올라 “재인청은 조선시대 왕과 관련한 행사에 파견돼 공연을 하기도 했던 곳으로 오산의 자랑”이라고 설명하며 “내년에는 더욱 규모 있고 알찬 공연을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시민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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