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쳤다. 집에 멀쩡히 걸려있던 벽시계가 떨어진 것이다. 그것도 머리 위로. 못을 제대로 박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비싼 돈 주고 산 벽시계를 쳐다보기가 힘겨웠다. 벽시계에 대한 애정이 사라졌다. 결국, 팔았다. 중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겠다”고 연락을 보내왔다. 시계는 딸아이 방에 놓고 싶다던 한 엄마에게 갔다.

예상 밖이었다. 생각보다 중고거래 앱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요즘 뜨고 있는 이 ‘당근마켓’(‘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이라는 앱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물건을 사고팔기 때문에 ‘직거래’가 대다수였다. 서로 가까운 곳에 살기 때문에 만나는 데 있어 부담도 없었다.

이 앱을 개발한 대표는 김용현, 김재현 씨.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일했던 이 둘은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했다. 김용현 대표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예전 동네에서 벼룩장터가 열리는 것처럼, 앱을 통해 동네 주민들끼리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동네 주민이 구매자이고 판매자이기 때문에 저렴한 중고 물품이 많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내친김에 ‘중고생활’을 해보기로 했다. 상처 난 부위를 꿰맨 아이와 열흘가량 24시간 함께 해야 했는데, 집 안 물건을 ‘정리’도 하면서 마음이 자꾸 지옥을 오가는 내 마음 역시 ‘정리’하고 싶었다. 열흘 동안 집안에 있던 여러 물건을 사진 찍어 올렸고, 많이도 팔았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치마, 지나고 보니 내 스타일이 아니었던 에코백, 임신 당시 입었던 빅사이즈 남방, 작아져 맞지 않는 아이 운동화 등. 하나 팔아서 남는 건 기껏해야 몇 천원 남짓이지만 재미가 있었다. 얼굴을 보며 동네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짧지만 물건에 얽힌 이야기도 듣고 만나서 반가웠다는 잘 쓰겠다는 후기도 남길 수 있어 신세계에 온 듯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여성에게는 무료로 드림을 몇 개 받기도 했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물건을 팔고 받은 돈으로 아이에게 평소 탐내던 소방차 장난감을 사주기도 했다. 머리가 다쳐서 아이도 힘들었던 일상이었을 터라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사실 난 중고용품을 사는 걸 원래 좋아했던 편이다. 육아용품도 대부분 중고로 마련했으니 말이다. 몇 백만 원이 넘는 디럭스 유모차를 10만 원에 올린 판매자를 만나기 위해 만삭의 몸으로 걸어갔던 기억도 선명하다.

특히 중고 육아용품에는 나보다 조금 앞서 고군분투하며 아이를 키웠을 엄마의 땀과 눈물, 엷게 묻은 지문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그러다 보면 육아용품으로 부모의 재력을 가늠한다는 허례허식과 허영심, 경쟁심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해서 나는 중고 육아용품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그나저나 우리 아이는 나중에 커서 “엄마는 나 중고로 싼 것만 입혔잖아”라고 역으로 핀잔하지는 않겠지? 갑자기 어떻게 답할지 대처법을 연구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무료한 일상, 집안 정리와 함께 마음 정리도 하고 싶다면 중고 거래를 해보는 건 어떨까.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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