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행궁동 갤러리에서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기획전 3인의 기예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주 28일까지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8호 단청장 보유자인 김종욱 선생의 작품 전시가 열린다.

단청은 청·적·황·백·흑색의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사용하여 목조 건축물에 여러 가지 무늬와 그림을 그려놓은 것을 말한다. 주로 절을 장식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장엄하고 화려하면서도 우리의 색과 멋이 잘 드러나 있다.

수원의 무형문화재인 김종욱 단청장은 1999년 10월 기능보유장인이 되었다. 13세 나이에 단청에 입문하여 안양 용화사에서 인간 문화재였던 고(故)혜각스님에게 단청기법을 전수받았다. 혜각스님은 북한 개성에 있다가 1951년 1·4후퇴 때 남한으로 내려 온 전통불화전문가였다. 이후 일섭스님, 만봉스님, 한석성 선생에게 불화, 벽화, 단청기법을 배우면서 불교미술의 깊은 세계에 빠져들었다.

실력을 인정받은 후부터는 1978년 불국사를 시작으로 경복궁, 숭례문, 통도사, 월정사 등 전국의 사찰을 돌며 단청과 벽화를 그렸다. 몇 날, 몇 달을 꼬박 천장만 바라보고 단청을 하는 작업이었다. 불교미술에 심취하여 끊임없이 실력을 연마하고 작업을 해왔지만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도 붓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김종욱 선생은 “단청을 흔히 전각에 문양을 그리는 것만으로 알고 있는데, 불화, 벽화, 공예품에 문양 넣는 작업 등 모두가 단청에 포함됩니다. 요즘 탱화를 그린다는 친구들은 종종 있는데, 기교를 배우는 데만 치우쳐 걱정입니다. 불교학자보다 더 교리도 알고, 과거의 작품을 연구해야 하는데 그런데는 소홀해요. 잘못된 도상을 지적하면 현대적 창조 운운하죠”라고 말한다. 옛 것을 제대로 재현한 이후에야 창조적인 변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부족한 실력을 쌓기 위한 공력이 젊은 예술가들에게 없음을 안타깝게 여겼다.

틈나는대로 사찰 곳곳을 둘러보며 문양이나 불화를 공부하고, 수백년 후손에게 전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하나에 몰입했다. 값싼 재료로 빨리 빨리 하는 것보다 평생 하나의 작품에 몰입하면서 진정성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초등학교 졸업장 밖에 없는 학벌로 스님 따라 밥 얻어먹으러 갔다가 일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김종욱 단청장은 외길인생을 걸었다. 전국의 큰 벽화를 그리고, 남대분 단청부터 불화, 수묵화도 그린다. 직접 색을 배합하고, 자신만의 붓도 만들어서 쓴다. 동양화 수 만장을 그리면서 지금의 내공이 쌓였다.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무아지경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게 되면 욕심도 사라져버린다고 한다. 일하면서 후회함이 없을 정도로 사명감을 갖고, 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않을 거란다.

오방색을 기본색채로 전통 목조 건축물의 천장, 기둥, 벽에 채색하는 기법의 단청장은 우리의 전통 그림이다. 오묘하고 신비로운 힘까지 느껴지는 문양과 색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종교적인 숙연함까지 갖게 한다. 단청장 김종욱 선생은 “각자의 삶에서 달인의 경지를 이루면서 최고가 되라”고 한다. “경험이 중요해. 뭐든 많이 해 보고...” 라면서 기술을 통해 공부하고, 현장에서 배울 것을 강조했다. 아침 6시 일어나 규칙적인 일과로 작업을 하고, 운동을 하고, 하루의 삶을 이어나간다. 창조성은 어쩌면 김종욱 단청장처럼 한 가지 일에 몰입하며 성실함을 가질 때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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