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연재
경기남부 편 - ‘치산치수지비(治山治水之碑)’를 아시나요?경기도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김희태 기자 | 승인 2018.10.30 00:54

수원에 사는 분들께 ‘치산치수지비(治山治水之碑)’를 아시나요? 라고 물어보면 아마 십중팔구 ‘모른다’라고 답변을 할 것이다. 사실 ‘치산치수지비’라는 것이 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아니고, 유명세가 있는 문화재도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게 너무 당연하다. 이 비석은 현재 수원시 장안구 파장사거리에서 노송지대 방향으로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데, 앞면에 ‘치산치수지비’와 바로 옆에 경기도지사 칸죠 요시쿠니(甘蔗義邦, 감자의방)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파장사거리에서 노송지대로 향하는 길에 세워진 ‘치산치수지비’

이 비석을 세운 사람은 당시 수원군 일왕면장으로 있던 히로요시 히테토시(廣吉秀俊, 광길수준)으로, 1941년에 세운 것으로 확인된다. 이밖에 비석을 세우는데 협조한 기관이나 사람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당시 일본에 부역했던 이들의 이름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셈이다. 이 비석을 세운 이유는 당시 광교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주변이 황폐화되면서, 이를 복구하고 예방하기 위한 사방공사가 진행되었다. 따라서 해당 비석은 사방공사가 마무리되었음을 알리는 비석이다.

치산치수지비의 앞면. 일제강점기 당시 경기도지사 칸죠 요시쿠니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치산치수지비의 뒷면

해당 비석을 통해 일제강점기 당시 행해진 치수사업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내용이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식의 내용이라는 점에서 치욕적인 역사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당시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했는지 이 비석을 통해 알 수 있는데, 데라우치 총독이 너희에게 빛을 내린다는 ‘개이경광(介爾景光)’의 구호를 내린 것과 일맥상통한다.

■ 우리에게 치욕적인 역사를 상징하는 ‘치산치수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처럼 우리에게 치욕적인 역사를 상징하는 ‘치산치수지비’는 제대로 된 안내문이나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그 존재를 모른 채 지나친다. 아마도 역사적 내역이 알려진다면, 이 비석은 삼전도비가 그랬던 것처럼 수난을 겪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이 비석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치욕적인 역사라고 무조건 없애는 것만이 능사일까? 일부에서 이 비석을 없애라는 주장이 있지만, 비석을 없앤다고 해서 없던 역사가 되지는 않는다.

여러 번의 수난을 겪었던 서울 삼전도비. 비록 치욕적인 역사이지만, 역사의 반면교사로 삼는 장소로서 의미가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서울 삼전도비로, 청나라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굴욕적인 항복의 상징인 삼전도비는 그동안 여러 번 땅에 파묻혔다가 세워지기를 반복했다. 물론 삼전도비를 없앤다고 해서 역사가 지워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오히려 후세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한다면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치욕적인 문화재라고 해서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해당 문화재를 통해 역사의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치산치수지비’.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 인사들의 행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현장이다.

이런 의미에서 ‘치산치수지비’ 역시 보존할 거라면 안내문과 이정표 등을 설치해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해당 비석을 통해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또한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 인사들의 행적 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현장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상징성이 있는 장소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희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6310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정조로 966(조원동)  |  대표전화 : 031)373-8770  |  팩스 : 031)373-8445
등록번호 : 경기, 다01040  |  발행인 : 조백현  |  편집인 : 조백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백현 대표   |  이메일 : mail@newstower.co.kr
Copyright © 2018 뉴스타워.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