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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보내는 특별한 방법, 시골책방의 북스테이
김소라 기자 | 승인 2018.12.04 23:50

책으로 가득한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호사스러움을 꿈꾼다. 덕평 IC인근에 위치한 이천시의 ‘오월의 푸른 하늘’은 오래된 시골집 외양간을 개조한 책방 겸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저희 책방에서 문을 연 게스트하우스의 첫 손님이세요”라고 말하는 책방지기의 환대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첫 숙박객의 선물이 있었다. 책방지기 레오가 마련한 선물 수제비누세트와 손편지까지 정성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와인과 안주거리까지 냉장고에 마련되어 있었다. 늦게까지 책을 읽고, 와인을 마시고, 이야기를 했다. 하늘의 별을 보면서 말이다.

나를 기쁘게 하는 장소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특별한 장소에는 사람의 힘을 북돋우는 힘이 있다. 어떤 곳이 오래오래 기억되는 장소가 되려면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우주적 인연 아닌가. 책방에서의 하룻밤은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책을 미치도록 좋아하며,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을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와의 만남 역시 남달랐다. 돈으로 주고받는 관계에 있어서 정성을 쏟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번의 일회성 만남으로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더욱 그럴 것이다. 하룻밤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본연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침구나 화장실이 깨끗하면 그만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는 그렇지 않았다.

스물여섯 책방지기와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책방을 열게 된 이유,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자신의 삶에 대한 짧은 이야기. 4년간 일본의 대학에서 국제사회학을 전공하고, 그럴듯한 곳에 취업을 하여 남들 보기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책을 읽고 적게 벌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을 택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시골빵집의 구수한 빵 같은 책을 건네고 싶었다고 한다. ‘오월의 푸른 하늘’은 그의 외갓집이었다. 외할머니는 아직도 살아계셔서 책방과 마주한 집 한 켠에 사시고, 정원과 작은 텃밭을 가꾼다.

생각보다 책방을 운영하는데 손이 많이 간다고 말한다. 청소도 매일 하고, 책 입고나 중고서적 구입, 판매와 손님 응대, 앞으로 더 만들 공간 구상, 커피나 차 대접 등. 일을 만들려고 하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공간도 바로 이러한 모습이다. 시골 책방, 그리고 사람들이 머물면서 쉬었다 갈 수 있는 편안한 쉼터. 옆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뒤로 산이 펼쳐진 따스한 풍경이 더해진 곳 말이다. 겨울이면 타닥타닥 모닥불이 지켜진 난롯가 옆에서 커피 한 잔을 두고 책을 읽는 시간, 봄에는 들꽃을 꺾어 책방 곳곳에 꽂아두고 싶다.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책을 권하고 혹은 읽어 주는 일. 마음의 위로가 필요하거나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담도 해주면서 말이다.

아침에는 새소리에 잠이 깼다. 천장이 낮은 오래된 시골집은 충분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새로 마련한 사각거리는 이불과 포근한 매트리스도 좋았다. 쉼이 필요한 친구가 있다면 함께 머물고 싶은 공간이다. 연말 송년회와 모임으로 흥청망청 시끄럽게 보내며 자신을 소모하기 보다는 의미 있는 장소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면 어떨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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