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결국 경험만 남는다

여행에서 기억될 만한 건 과연 무얼까. 4박 5일간 일본의 오사카로 여행을 다녀왔다. 복잡한 도심, 상점과 쇼핑센터로 둘러싸인 소비와 맛집.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대도심의 이색적인 가게들.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여행에서 중요한 건 뭘까.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 아닐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에어비앤비에서 제공하는 개인투어였다. 검색을 하다가 만난 일본인 남자 Tiro와 연락을 하여 메신저로 약속을 정했다. 오사카의 타마 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몇 번이나 지하철 노선도를 찾아 보며 길을 익혔다. 역시나 새로운 곳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길을 찾아가는 것. 구글 맵을 통해서 웬만한 것은 익숙하게 찾아다니긴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곳에서는 방황하기 쉽다.

에어비앤비에서 투어가이드를 하고 있는 Tiro는 현재 부동산 중개, 영업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8년간 살았던 경험으로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주말에는 영어권 사람들에게 에어비앤비 현지 투어가이드를 한다. 40달러 정도의 1인당 요금을 받고 몇 가지 간식거리 및 길거리 음식을 함께 둘러보고 제공한다. 함께 걷고, 자전거를 타는 등의 오사카의 강변과 오사카 성 등을 둘러보는 코스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Tiro를 만났다.

일본에서 가장 길다는 상점가인 텐진바시스지 상점가를 따라 걸으면서 어마어마한 가게들을 보았다. 시장에 모두 아케이드를 쳐 놓아서 실내처럼 걷기 좋다. 온갖 먹거리와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물건들이 많다. 600개가 넘는 상점들, 끝없는 식당과 가게들은 주로 일본 사람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혼자 갔다면 길을 잃을 정도로 골목골목 뭔가가 다양하다.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탄 다음 도로를 따라 달리고 붕어빵, 야끼소바, 지짐이 등의 일본음식을 맛보기도 했다. 또한 Tiro와 함께 이런 저런 오사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행할 수 있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함께 일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영어를 거의 못 할 정도였고, 성격도 내성적이고 소심했는데 처음 캐나다 가서도 말 한마디 못할 정도. 그런데 스시집에서 일을 하고, 사람들을 사귀면서 점점 달라졌다. 영어도 늘고, 자신감도 생기고. 그런 후 오사카로 돌아와서 여행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투어가이드를 하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자신과 만나는 캐나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중국, 한국인 등을 만나면서 오히려 여행을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어떻게 삶을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삶이 달라진다.

한편 일본의 자전거 이용은 정말 편리했다. 시간당 요금을 지불하는 렌탈 자전거, 동력이 있어서 가파른 길도 쉽게 잘 올라갈 수 있는 전기 자전거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안전한 도로, 사람 중심의 거리, 북적이지 않는 도심, 강변을 따라 쉽게 갈 수 있는 자전거 도로 등이 장점이다. 자전거 여행으로 오사카를 둘러보아도 좋을 듯하다. 30분 단위 요금이 100엔 정도였다.

자전거를 타고 강변길을 따라 달리다가 오사카 성을 가 보았다. 일본의 3대 성 중 하나인 오사카 성은 히메지 성, 구마모토 성과 함께 3대 성이라고 불린다. 사계절 내내 시민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성주가 기거했던 곳으로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히데요시가 처음 지었던 성이다. 엄청난 성벽의 높고 크고 두꺼운 돌을 보면서 당시 사무라이들의 위엄과 권력을 느낄 수가 있었다. 닌자들이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성벽을 수직으로, 높게, 커다란 돌을 쌓은 거라 한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면서 얼굴과 손에 닿는 기온이 차다. 하지만 한 겨울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가 거의 없는 오사카는 따뜻한 편이다. 걸어서 다녔더라면 다 둘러보지 못했을 구경을 자전거 타면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골목길이나 구석구석 좋은 길을 알려주어서 오사카를 기억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는 건 역시 ‘사람’을 통한 배움이 가장 크다는 거다. 여행책이나 블로그 후기보다도 사람에게 듣는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여행의 본질은 경험이다.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제공하고 경험을 사고파는 일을 한다. 당신에게 과연 여행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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