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을 가로지르는 수원천을 중심으로 수원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수원천을 따라 걷다 보면 여러 학교들이 밀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삼일학교’(=삼일중학교, 삼일상고, 삼일공고)와 ‘매향학교’(=매향중,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다. 그런데 해당 장소들은 수원의 근대 교육을 상징하는 현장으로, 지금도 일부나마 흔적을 남기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아담스 기념관과 임면수 선생

수원화성박물관에서 화홍문 방향으로 걷다보면 삼일중학교를 만나게 되는데, 밖에서 학교 안쪽을 바라보면 주변 건물과는 차이를 보이는 이국적인 형태의 붉은색 벽돌 건물을 마주할 수 있다. 이 건물의 이름은 ‘아담스 기념관(경기도 기념물 제175호)’으로, 지난 1923년에 만들어 졌다. 아담스 기념관의 건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일학교와 필동 임면수(1874~1930) 선생에 대해 이해해야 된다. 우선 삼일학교는 미국인 선교사 W.스웨어러(=서원보)가 세운 교회의 부설 학교로 시작이 되었다.

아담스 기념관의 전경

여기에 임면수 선생이 토지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삼일학교의 설립에 기여했고, 이후 1909년 삼일학교의 교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으로 나라를 잃게 되자 만주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한편 배우려는 학생에 비해 삼일학교의 규모는 여전히 작았고, 이에 당시 수원 지방의 감리사였던 목사 W.A 노블이 발 벗고 나서 미국의 아담스 교회로부터 건립 기금을 후원받았다. 이때 후원받은 돈으로 아담스 기념관을 만들었기에 이름을 아담스 기념관으로 명명하게 된다.

삼일중학교에서 바라본 모습

미국 아담스 교회의 후원을 받아 건립 되었기에 아담스 기념관으로 명명되었다.

또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임면수 선생이 옥고를 치르고 수원으로 돌아와 아담스 기념관의 건축 공사 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 삼일학교는 일제강점기 때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유는 일제가 만든 교과서를 쓰지 않았다는 것과 3.1운동 당시 학생들이 만세 운동에 참여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본래 삼일학교의 삼일은 기독교 신앙에서의 삼위일체를 상징하는데, 일제가 보기에 3.1운동을 연상시킨다고 강제로 이름으로 바꾸게 했다.

삼일학교와 아담스 기념관 건립에 기여했던 임면수 선생

<수원을 걷는다 : 근대 수원 읽기>를 쓴 한동민 수원화성박물관장에 따르면, 구한말 일본인과 조선인 학제는 차등을 두었다고 말한다. 일본인의 경우 ‘소학교-중학교-대학교’로 구성된 반면 조선인의 경우 ‘보통학교-고등보통학교-실업학교’로 한 단계 격을 낮추었다. 그러다 1938년 교육령 개정을 통해 보통학교가 소학교로 통합하게 되고, 이에 따라 삼일학교는 ‘팔달심상고등소학교’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이다. 물론 해방 이후 삼일학교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이름마저 일제에 의해 빼앗겨야 했던 슬픈 역사의 한 장면인 셈이다.

■ 매향여고에 자리한 밀러교장 기념비와 박물관으로 옮겨진 임면수 선생 묘비

삼일중학교 옆에 위치한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의 교정에는 기념비가 하나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이름은 밀러교장 기념비로, 안내문을 보면 밀러교장은 1907년 삼일여학교에 부임해 삼일여학교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만 해도 여성들에 대한 교육이 지금과 같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밀러교장의 공적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1937년 6월 28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밀러교장의 30년 근속을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졌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밀러교장의 기념비가 있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어, 이번 기회에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 교정에 위치한 밀러교장 기념비

한편 수원박물관의 야외에는 임면수 선생의 묘비가 남아 있는데, 삼일학교와 아담스 기념관의 건립에 기여했던 임면수 선생은 1930년 11월 29일 세상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독립운동에 헌신하느라 정작 세상을 떠날 때는 재산이 남지 않아 세류동 공동묘지에 안장이 되었다. 그러다 택지개발로 인해 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에 수원의 명망 있는 이들이 모여 묘에 대한 이장을 논의하게 된다. 그리하여 1964년 4월 현 삼일학교 교정으로 임면수 선생의 묘와 묘비가 이장이 되었다. 이후 임면수 선생의 묘는 현충원으로 옮겨지면서 묘비만 남게 되자 2015년 남아있던 묘비를 수원박물관으로 옮기게 된다.

수원박물관의 야외에 자리한 임면수 선생의 묘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수원의 근대 교육이라는 관점과 삼일학교와 아담스 기념관의 설립 과정에 기여했던 임면수 선생의 흔적을 되짚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장소들은 의미가 있다. 현재 파편화되어 흩어져 있지만 이러한 역사의 흔적을 잘 간직하고 후세의 교훈이 되도록 끊임없는 성찰과 교육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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