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오랜 시간 인간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이를 부정하기는 참 어렵다. 우리는 이렇게 배워왔고 수많은 인권 강사들은 마땅한 권리로서의 인권을 가르친다. 인권이 권리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는 인권을 지나치게 권리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권리가 과도한 나머지 오히려 인권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람들도 종종 목격한다.

얼마 전 있었던 인권위의 판결 내용이 공무원들의 공분을 샀다. 한 민원인이 공무원에게 모욕감을 주면서 반말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악의적으로 작심하고 공무원에게 반말을 유도했다. 민원인의 비아냥거림을 참지 못한 공무원은 그만해! 이 ○○○아!라며 민원인에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은 헌법 제10조에 있는 국민의 ‘인격권’ 침해로 보고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로서 친절을 유지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해당 공무원에게 직무교육을 권고했다.

민원인이 절대 잘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기에 당시 공무원은 무척 억울할 만하다. 그렇다고 인권위의 판단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국가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그 당시 공무원은 국가를 대신한 것이지 개인과 개인의 관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그 사건 당시 공무원도 퇴근 후에는 국민의 한 사람이고 개인이다. 사람의 감정은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퇴근과 동시에 나쁜 감정까지 함께 회사에 두고 올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국가가 생물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개인과 개인이 모여 조직이 되는 것이기에 결국 인간의 집합체다.

인권은 영어로 ‘human rights’다. 인권의 개념이 처음 들어왔을 때 ‘human’은 인간 혹은 인류로 쉽게 번역이 되었지만 ‘right’에 대한 정확한 번역이 없었다. ‘right’를 최초로 번역한 곳은 일본이다. 이곳에서는 ‘right’를 최초에 염직(廉直)이라고 했으며 이를 풀이하면 ‘청렴하고 결백하다’는 뜻이 된다.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한 당연한 도리 같은 것이다. 이후 권리(權利)로 재번역 되었고, 이를 한자문화권인 한국과 중국은 ‘right’를 권리의 의미로 수입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의 인권을 ‘인간이 가지는 당연한 권리’로 부르는 이유다. 지금에 와서 영어사전에 ‘right’를 찾아보면 옳은, 올바른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지금의 시각으로 다시 풀이해본다면 ‘human rights’는 인간의 올바름이 된다.

인권은 권리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옳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인권을 그저 권리로만 이해한다. 그리고 이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여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 인권을 권리만으로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권리를 보호해 주는 방식으로 간다면 피해를 입는 또 다른 개인이 생길지도 모른다.

민원인과 공무원의 사례가 참지 못한 공무원의 잘못으로만 끝이 나는 것을 과연 인권적이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동의할 수 있을까? 인권은 분명 인간의 도덕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인권을 다시 정의해보자. 인권은 인간이 누려야 하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그리고 정당하고 의로운 도덕 원칙이다.

이건일(당진북부사회복지관 관장)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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