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의 잇딴 해외출장이 논란이다. 네이버 어학사전은 '출장(出張)'이란 단어를 '용무를 위하여 임시로 다른 곳으로 나간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용무'를 위해 일을 하러 가는 것뿐인데 왜 그럴까. '용무 같지 않은 일'로 나가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재정자립도가 9.03%에 그치는 인천동구를 보자(올해 예산은 2900여억원. 자체수입은 260억원 가량). 이는 사실상 교부세 등 시의 지원이 없으면 구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 그럼에도 동구의회는 올해 의원 7명(더불어민주당 4명·자유한국당 3명)의 해외출장비로 모두 4550만원을 편성했다. 의원 1인당 650만원인 셈이다. 금액으로는 전국 243개 광역·기초단체 중 가장 많다.

자, 그러면 이들은 '어떤 용무를' 해외에서 수행하는 것일까. 최근 인천 계양구 자치도시위원회 소속 구의원 4명이 떠난 호주와 뉴질랜드 출국 일정을 보자. 의원들의 주요 일정은 호주 블랙타운시와 뉴질랜드 로토루아시의회를 방문, 시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블루마운틴과 오페라하우스 등을, 뉴질랜드에서는 와이토모 동굴, 테푸이아 민속마을, 타우포호수, 해안공원 등을 방문했다. 관광을 위한 출장이었던 셈이다.

인천에 굳이 국한되는 사례가 아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경우 지방선거 이후 만 7개월간 중국 3차례, 미국 2차례, 동남아·유럽·중동 1차례 등 총 8차례의 국외 출장 행보를 이어갔다. 경북 예천군 의원들은 해외 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를 요구하는 추태를 벌이기도 했다.

해외취재 출장을 다닌 선배기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다. 인터뷰를 하고 통역사를 통해 다시 워딩을 정리하느라고, 파리의 작은 호텔에서 맥주 한 잔 할조차 여유가 없었다고. 심지어 내가 전에 다니던 신문사에서는 갓 해외출장을 다녀온 동기가 너무 힘들고 지치다고, 사직서를 제출한 적도 있었다. 우리에게 해외취재는 ‘빚 좋은 개살구’였다.

떠남의 종류는 다양하다. 치열하게 일하러 떠나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놀며 쉬며 힐링을 하고 사색을 하는 여행 등. 그러나 해외출장의 경우 ‘일’과 ‘관광’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관광일정으로 짜여진 해외출장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우리 시민들은 피 같은 세금이 방치되는 꼴을 못 본다. 올바로, 똑바로 쓰일 수 있도록 애써주는 것이 당연하다. 어제 서울에 볼일이 있어 KTX를 타며 KTX매거진을 읽었다. 편집장의 말이 와 닿았다. 주 내용이 이러했다. “여행의 종류도 다양하고, 앞으로 잡지를 통해 다채롭게 KTX여행 코너를 소개할 것입니다. 독자들이 제안하는 여행방식에 맞춰 여행도 해보고, 취재를 다니며 풍경이나 인터뷰가 좋으면 짧은 동영상을 찍어 QR코드를 대면 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나는 의원님들이 출장을 갈 때마다, 이렇게 열일을 해줬으면 한다. 글이든 브이로그(VLOG·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영상이든 자신들이 보고 공부한 것 그대로 피드백화 해서 결과물로 제출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눈으로 보지 않겠는가. 해외출장이 ‘여행’이었는지 ‘진정한 출장’이었는지.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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