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에 대규모 쇼핑몰과 백화점이 들어서고, 호텔과 극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집중되면서 인근의 전통시장 상권이 몰락하였다고 한다. 역전시장, 매산시장, 로데오거리 시장 등 예전보다 유동인구가 줄고 외국인들만 북적인다. 하지만 매산시장이나 역전시장은 전통이 있는 오래된 수원의 터줏대감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수원역 백화점이나 로데오 상권의 세련된 모습은 아니지만 전통시장은 구수하면서도 정감 있는 분위기가 나름 매력적이다.

오랫만에 찾았던 수원 매산시장에서 장을 보게 되었다. 전통시장을 즐겨찾긴 하지만 최근 수원역 쪽에 발길이 뜸했기에 매산시장을 갈 일이 없었다. 그런데 매산시장의 정육점이나 야채, 청과물 코너 등에서 장을 보는데 정말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네에서 삼겹살 한 근을 사면 1만원이 넘었는데 이곳에서는 8000원 선이면 살 수 있었다.

또한 중국인이나 외국인의 왕래가 잦으면서 다문화 음식점이나 중국 음식 식자재 판매하는 곳도 많았다. 그리고 44년째 한 자리를 지키면서 장사를 하는 TV에서 방송되었다는 떡집도 있었다. 수원 매산시장에 위치한 떡집으로 44년째 대를 이어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이곳에서는 좋은 쌀을 사용해 기계 사용을 최소화하고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떡을 만들고 있는 곳이다. 단골이 끊이지 않고 하루에 15가지 종류 이상의 떡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사실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이유에서 마트나 백화점을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대형마트도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지만 유통마진을 남겨야 하고, 점포세가 비싼 대형마트의 제품 가격은 더 이상 싸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싱싱한 재료를 거품 없이 제공한다. 점포세나 유통마진이 훨씬 더 적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을 즐겨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충동구매를 줄이고 현금을 쓰게 된다는 점이다. 신용카드를 주로 쓰게 되는 마트와는 달리 전통시장을 찾을 때는 꼭 현금을 들고 간다. 2만원, 3만원 한도 내에서 장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예산 한도 내에서 돈을 쓰게 된다.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가득 담아 계산을 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불편함은 있다. 무거운 물건을 오랫동안 들고 있으면 힘들고, 걷기 불편한 전통시장에서는 어차피 많은 물건을 살 수도 없다. 생각보다 저렴한 1천원, 2천원의 식자재가 많아서 카드보다는 현금을 쓰게 된다. 나의 예산을 고려하여 과소비를 줄일 수 있게 되니 일석이조다.

편리한 것만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전통시장은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의 삶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이나 대형할인마트가 아닌 소규모 상인들이 장사를 하는 전통시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인류의 유산 같은 형태가 아닐까. 나처럼 전통시장의 장점을 예찬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중국음식이나 베트남, 태국,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네팔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보길 원하는 사람들 역시 매산시장을 찾아가면 좋겠다. ‘다문화 푸드랜드’는 2011년 개장한 동남아 음식 전문점이다. 평일은 사람들이 별로 없지만 주말에는 일부러 찾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외국여행을 다니면서 먹어보았던 음식을 이곳에서 다시금 찾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도 고향의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작지만 알차고 저렴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수원역 매산시장은 교통도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크고 작은 정책을 펼치고,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전통시장의 맛을 본 사람들은 끊을 수 없는 습관이 되어 버린다. 수원역 매산시장뿐 아니라 지역의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나만의 절약 습관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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