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있는 도이창 커피 농장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몇 년 전 뉴스타워 인터뷰 기사로 올렸던 이진영 씨와의 만남 때문이다. 15년 전 태국 배낭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미요라는 친구와의 인연으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커피가 인생 사업이 되었던 이야기며 언젠가는 나도 도이창 농장에 가리라고 생각하면서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진영 씨는 매년 도이창 농장에서 3개월씩 시간을 보내는데, 페이스북을 보니 올 겨울 커피 수확철에도 도이창 농장에 기거하고 있었다. ‘혹시 나도 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언제든 오케이라고 하면서 한국에서 태국 치앙라이, 도이창 농장까지 오는 방법을 알려줬다. 완전히 새로운 낯선 곳을 찾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뭔가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듯하다.

아침 9시에 비행기를 타고 방콕에서 환승을 한 후 치앙라이에 도착한 것은 저녁 6시가 다 되어서다. 또다시 치앙라이에서 도이창 농장까지는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50km를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갈 수 있다. 그리고 무사히 농장에 도착하였다. 다음 날부터 시작된 커피 농장투어 및 체험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도이창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대체로 미얀마 노동자다. 국경을 넘어 온 불법체류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신분이 불확실한 사람들로 나이나 생일도 모른다. 스무살도 안 된 여자애들은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커피 농장에서 일을 한다. 커피를 따는 일은 킬로당 임금을 받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한다. 농장에서 미얀마 노동자를 브로커 통해서 사 오는 구조라고 한다. 가끔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의 삶을 폄하할 수는 없다. 글도 모르고, 평생 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한 채 오며 가며 만난 남자와 함께 삶을 꾸리고, 커피 농장의 인부로 살아간다.

도이창은 모두 산악지대다. 30년 전만 해도 마약 재배지로 유명했던 곳이고 미얀마에서 불안정한 정권을 피해 도망친 아카족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산자락은 모두 다 커피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비탈 아슬아슬하게 커피나무를 심어 농사를 짓는다. 커피 수확이 가장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밖에 화전으로 일구어서 옥수수나 여러 가지 작물도 심는다.

커피 생두가 되기까지도 공정 과정이 여러 단계를 거친다. 커피나무를 키우고, 잘 가꾼 다음 체리를 따고, 그것을 물에서 씻어내어 불순물이나 잘 익지 않은 체리를 건져낸다. 또다시 말린 다음에 탈곡을 하여 원두 크기별 선별을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다. 수작업이 대부분인 일이다. 고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다.

베트남이나 아프리카 등 뜨거운 곳에서 자라는 커피는 대량생산되고 기계화로 빠르게 작업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 하지만 도이창 커피는 아라비카 종의 고급 품종인데다가 산에서 자라기 때문에 일교차가 큰 기후의 장점으로 맛도 좋다. 사과나 배 등의 과일이 일교차 큰 곳에서 맛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도이창 커피 역시 산간지방에서 자라기 때문에 한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춥다. 일교차가 크고, 그늘이 적당히 있어서 고품질 커피를 생산하기 최적의 조건이다. 이곳의 커피는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일이 따고 선별한다. 당연히 가격이 비싸고,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직접 커피 농장에서 커피를 따는 작업을 했다. 나무 한 그루에도 달려있는 커피가 많아서 몇 사람이 달려들어 따도 끝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한 두 시간 커피를 따도 얼마 되지 않는 양에 실망했다. 그만큼 힘들기도 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빨갛게 잘 익은 커피 열매를 보니 기분은 좋다. 잘 익은 커피를 따서 광주리에 채워가는 재미도 있다. 무념무상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점점 바구니는 무거워진다. 수확의 즐거움까지 맛본다. 인부들은 커피를 따온 양만큼 일당을 받는다.

원래 도이창 커피는 마약 재배를 했던 미얀마와의 국경 지대다. 미요네 집안도 30년 전부터 커피 농사를 짓기 시작하여 이제는 집안 사람들이 모두 다 커피를 한다. 도이창 마을에 1000여 가구가 사는데 절반 이상이 한 집안 사람이라고 할 정도다. 이곳은 당연히 어딜가나 커피 농장과 작은 카페들이 많다. 산지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정말 감동이 크다. 이곳의 커피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커피 농장일을 옆에서 지켜보니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력이 담겨져 있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고가 있는 걸까. 커피 맛을 떠나서 도이창 커피 같은 경우 누군가의 수고와 땀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하니 한 방울도 헛되이 마실 수가 없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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