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연일 퇴행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박근혜의 대리인으로 불렸던 공안검사 출신의 황교안이 전당대회의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로 떠오르면서 철지난 쿠데타의 주역 박정희가 다시 살아나고 있고, 태극기부대와 박심(朴心)은 선거의 승패를 가름할 정도로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개혁보수’나 ‘합리적인 보수’는 전혀 설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편향적이고 위태위태하다.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한 축인 제1야당이 아스팔트에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불법을 일삼는, 마치 극우 파시즘을 연상시키는 태극기부대의 눈치만 보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전당대회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과 나라를 살릴 정책이나 비전은 없고, 오직 박정희와 박근혜 마케팅, 태극기부대를 의식한 눈치보기, 볼썽사나운 친박과 비박의 암투, 철지난 색깔론과 이념몰이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헌정 유린과 국정농단, 블랙리스트로 대변되는 민주주의 파괴로 그 정점에 있던 박근혜를 감옥에 보내야 했고, 또한 맹목적인 반북과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거부 등 거듭된 실착으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타격을 당하고도 반성과 혁신은커녕 과거로만 회귀하는 셈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상황과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연루 혐의로 인한 구속, 안희정의 성추문 구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관련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 및 신재민 전 사무관의 청와대 비리 의혹 폭로 등으로 집권세력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마치 자신들이 잘 해서 그런 듯 착각과 오만이 작동하고 있다.

급기야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등의 의원들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한 ‘폭동’으로, 전두환은 ‘영웅’이고 피해자인 유공자는 세금을 축내는 ‘괴물집단’으로 몰아버렸다. 이미 대법원에 의해 판결나고 자신들이 집권했던 시절의 정부 역시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내린 것조차 깡그리 부정하고 극우 사기꾼 지만원의 황당무계한 주장만을 신봉하는 이런 저질 국회의원과 이들 소속 정당의 정체와 속내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을 쥐기 위한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 시민 학살’과 ‘민주주의 압살’이라는 역사적, 정치적, 법률적, 사회적 평가가 이미 끝난 사안에 대해 제1야당의 원내대표인 나경원이 “역사적 사실은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고 하거나 비대위원장인 김병준이 “이건 우리 당의 문제이니 다른 당은 우리 당 일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망언을 늘어놓고 있으니, 이것이 자유한국당의 현주소라 하면 지나칠까?

낯부끄러운 모습은 나라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함께하는 방미외교에서 자유한국당은 ‘나홀로’ 움직이며 ‘종전선언 신중론’ ‘평화속도조절론’ 등을 주장하며 미국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종전선언이 ‘미군철수’나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야기할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언급해 전쟁위협 해소라는 국민적 염원이나 세계평화의 방향과는 다른 냉전적 시각만을 노출시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희상 의장이 마련한 여야 5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도 불참하며 따로 일정을 갖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미숙한 행동이 국익적 측면이나 한미동맹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심사숙고했으면 한다. 퇴행하는 제1야당이 아니라 반성과 혁신으로 나라와 국민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책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치집단을 보고 싶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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