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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눈 고갱의 눈’의 작가, 박우찬 미술평론가
강남철 기자 | 승인 2019.02.28 12:24

전도사를 꿈꾸던 반 고흐와 증권 브로커 출신 폴 고갱 이야기.

그림보다 책을 더 잘 쓰는 작가, 박우찬 미술평론가를 모시고 최근 화제작 ‘고흐의 눈 고갱의 눈’ 이야기를 나누며 고흐와 고갱이 화가가 된 동기와 평론가님 책 이야기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 먼저 미술관련 책을 30권 이상 쓰셨다고 하는데 아마도 국내 학예사들 중에 가장 많은 책을 쓰신 분 중 한분으로 보입니다.

그림 그리는 것보다 글쓰기를 더 좋아하지요. 그렇다고 그림을 아주 안 그리진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당연히 미대를 가고 화가가 되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는데 대학교 가서 바뀌었어요.

- 잠깐만요. 바뀌었다? 이 부분도 매우 흥미로운 데요. 일단 고흐 고갱 이야기를 먼저하고 뒤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하는 걸로 하죠. 최근에 ‘고흐의 눈 고갱의 눈’이란 책을 내셨는데요. 고흐와 고갱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지고 강한 인상을 준 화가인데 일생을 다 얘기 할 수는 없고요, 고흐와 고갱이 화가의 길로 가게 된 동기라고 할까요? 그 점이 상당히 궁금합니다.

고흐의 경우 16살 때부터 구필화랑 점원으로 일하게 되는데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에서 최 일선 현장에 있었고 또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미술시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는 눈이 있었죠. 그런데 일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직장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전도사도 해보고 뭔가 하려는데 고흐 성격으로 성직자의 길마저 그만 두게 되고, ‘나는 화가가 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어 시작하게 되죠.

- 성직자에서 화가로...

예, 그렇죠. 고흐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성직자였는데 고흐도 성직자가 되기 위해 임시 전도사가 되어 벨기에의 보리나주 탄광촌에서 전도 생활을 시작했지만 당시로써 성직자가 노동자처럼 행세하고 도와주는 행동으로 교회 지도부와 갈등을 겪고 그마저 그만두게 되고 화가가 되기를 결심하죠.

- 그렇다면 고흐가 화가를 뒤늦게 시작했지만 기본적으로 소질이 있었다고 봐도 될까요?

27살이었죠. 어렸을 때 그림을 보면 천재적인 작가는 아니지만 보통사람들에 비해서는 솜씨가 있었고 두 번째는 예리한 눈이 있었다는 것이죠. 그 당시에 대단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고흐와 고갱은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미래의 미술이 어떻게 전개된다는 것을 깨달은 거고 현실의 이익에 빠져 아카데미 교수나 협회 회장 등 기득권 화가들은 새로운 변화를 보는 눈이 없는 것이죠.

- 뒤늦게 그래도 대단한 결심이네요.

그렇죠. 엄마는 고흐에게 이왕 할 거면 엄마 쪽 친척인 안톤 모베처럼 잘 해보라고 했고, 안토 모베도 처음에는 잘 가르치다가 서로 틀어지게 돼요. 고흐 성격에 지도를 해주거나 누가 뭐라고 비판하는 하는 것을 못 받아들이거든요. 그러나 그것이 화가로써의 고흐를 만드는 계기가 돼요.

- 고갱도 화가의 길을 가게된 것이 고흐와 유사하다고 하던데요.

고갱은 10대 때 선원 생활을 하게 돼요. 북극 지중해 인도 그리고 어렸을 때 살았던 페루까지 여행을 하다 19살 때 인도 여행에서 엄마 사망 소식을 듣고 프랑스로 되돌아오거든요. 엄마가 고갱의 장래를 걱정해서 은행가인 구스타브 아로자에게 유언으로 고갱 후견인이 돼달라고 한 덕분에 은행에 취직도 하고 증권 거래인이 되어 안정된 삶을 살게 돼요.

- 고흐보다 좀 나은 편이었네요. 고흐는 화랑에서 일한 적이 있지만 고갱은 증권 거래인에서 화가로 된다는 것이 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아자로가 직업만 알선해준 것만 아니고 예술의 눈을 뜨게 했어요. 아자로 집에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도 하고 미술품 수집하는 거랑 예술의 안목을 키우면서 일요화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카미유 피사로를 알게 되고요 자연스럽게 드가, 마네, 세잔의 그림을 사들이고 전시회도 출품하게 되고 작품도 팔기도 했지만 프랑스 주식이 붕괴되면서 직장을 잃게 돼요. 그래서 전업 화가를 하게 되는데 나름 자신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시기가 안 좋았죠. 자기가 직장을 잃은 것은 곧 경제가 안 좋아서인데 그림이 팔리겠어요?

- 고흐도 그렇고 고갱도 그렇고 젊었을 때 처음부터 화가가 될 거라고 조금은 생각을 했을까요?

당시 시대 상황이 이들에게 불리했지만 목사 혹은 전도사가 되거나 증권 거래인으로 그림을 그리는 정도로 만족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정식으로 미술을 배운 적이 없고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기성 화가들보다 실력은 좀 뒤졌겠지만 이들에겐 기성 화가들이 보지 못하는 예리한 눈과 감각을 가졌기 때문에 어쩌면 운명이라 말할 수도 있겠죠.

- 그렇군요. 이제 평론가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아까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고등학교 때 한자사전 1권을 외우고 대학 들어가기 전에 중고교용 영어사전 한권을 외웠죠, 그러면서 1학년 때 가서 바뀌었어요. 해석이 가능해지니까 2년간 영어 원서 10권 정도를 읽었더니 분석 능력이 키워졌지 않나 생각해요. 대학에 가서 미술에 실망했던 것은 같은 작품도 A교수가 보면 100점인데 B교수가 보면 50점이 돼요. 평가받는 미술제도에 대해서 실망하고 미술을 하더라도 홍천이나 횡성 같은 중소도시에서 교사 생활하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죠.

- 실제 교생 실습을 나가셨나요?

그렇죠. 교생 실습을 나갔는데 ‘내가 생각하는 학교가 아니다’ 생각하고 그만두었죠. 그래서 사기업 보다 공사가 시간이 더 있을 것 같아 공사를 생각하게 되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신문을 파시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너무 안 되어 보여 사서 보니 예술의전당 공채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예술의 전당에 들어갔고 여기도 맞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미술평론가를 해볼까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보고 하다가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게 되면서 미술 평론을 하게 되었어요. 책쓰는 일은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게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미술도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다면 더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죠.

- 박우찬 미술평론가님의 이야기도 고흐 고갱만큼이나 흥미진진합니다. 다음 기회에 고흐 고갱과 함께 평론가님 이야기를 자세히 더 듣기로 하고요. 평론가께서 내신 책 중 소개할 만한 책 한 두 가지를 말한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요?

두 권을 소개하겠는데요. 한권은 ‘화가의 눈을 알면 그림이 보인다’인데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보면서 미술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도 해보고 미술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작품설명과 용어설명도 했고요. 또 한권은 ‘미술 시간에 영어 공부하기’인데요. 영어 단어 어원과 미술사 이해와 또 인류문화사를 통한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을 한 데 묶어서 나름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해봤습니다. 책은 사실 어떤 책이든 자신에게 맞으면 되는 거죠.

- 마지막으로 경기도미술관은 생생화화 2018 《Hard-boiled & Toxic》 을 3월 10일까지 개최하고 있죠. 미술평론가 입장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한다면.

능력 있고 크게 될 화가들인데 자신이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이 안 팔린다 그러면 책 주문도 안할 것이고 책을 쓸 수가 없어요. 제도권 시장에서 생존하는 거, 후에 과정에서 날 안 알아준다고 떠나고... 그럴게 아니라 경기문화재단에서 유망작가 창작지원 사업처럼 이런 것이 언재까지 될 건가, 어쨌든 40대까지는 잘 견뎌야 되는 거잖아요.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 내공을 길러야 하죠. 예술로 산다는 것이 참 어려워요.


■ 박우찬

서울대학교 서양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문화정책 전공
전 예술의전당 큐레이터
전 대구시립미술관건립전담관
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학예연구사
현 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
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

저서
밤을 사랑한 화가, 반 고흐
미술은 이렇게 세상을 본다

강남철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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