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가 열흘 가까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우리의 삶도 뿌옇게 흐려지고 있다. 마스크 없이 거리를 다니기 힘든 상황이고,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할 수 없고, 부모들은 면역력이 취약한 아이들의 건강을 우려한다. 노인과 환자,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공기청정기나 마스크 구입이 부담스러운 경제적 약자 등은 더욱 고통스럽다. 목이 칼칼하고, 눈이 맵고, 숨을 쉬기 곤란한 상황이 문을 걸어 잠근 실내에 있어도 마찬가지다.

폐렴과 폐암, 심근경색, 기관지 위협, 안구질환, 심리적 짜증과 우울증 등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현실적으로 위협하는 지경까지 왔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보다 ‘미세먼지’가 더욱 공포스럽다고 하는데 이러한 주장이 전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민이 언급될 정도로 삶의 질이 너무 형편없이 떨어져 버렸다.

문제는 이 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또 일시적으로 맑은 공기가 유입된다고 해도 며칠 지나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황사가 결합돼 미세먼지의 고통이 가중될 봄철을 어떻게 견디어 낼지도 두렵고, 이제는 연중 미세먼지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이 참으로 암담하다. 청정지역이었던 강원도와 제주도까지, 이제는 전국에 안전한 곳이란 한 군데도 없다. ‘대기정체’와 ‘기후변화’의 탓으로 돌리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인식은 미세먼지만큼이나 답답함을 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긴급지시로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대용량의 공기 정화기 설치 ▲한중 인공강우 공동대응 ▲30년 이상된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 검토 등을 언급했는데, 매번 되풀이되는 이런 실효성 없는 조치들로 현재의 끔찍한 미세먼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나 데이터조차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중국으로부터 몰려오는 미세먼지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고, 기업에서 뿜어대는 각종 먼지와 악취에 대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의 주범이라 평가받는 화력발전소와 경유차를 언제까지 얼마나 중단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도 없다. 개인소득 3만달러시대, 물질과 편의성이 넘쳐나는 한국의 자본주의는 미세먼지로 장밋빛 미래를 잃어버렸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부터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 미세먼지에 대한 책임을 따지고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나라 수출의 1/4을 차지하고 있고, 북한의 핵문제를 풀 때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부분은 미세먼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제 국민에게는 핵위협만큼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이 심각하다. 김정은과의 핵 관련 회담뿐만이 아니라 시진핑과의 미세먼지 회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또한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인 재벌이나 기업의 무분별한 오염물질 배출을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윤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업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화력발전소와 경유차에 대해서는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줄여나가는 정책을 펴기 바란다. 아울러 무공해 차기 전략산업인 수소경제를 앞당기기 위해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고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자연의 섭리가 아닌 무한 경쟁과 욕심으로 자연과 생명을 파괴해 온 인간이 불러온 재앙이고, 정부와 사회의 책임이다. 대통령과 행정부, 법을 만들고 예산을 다루는 국회와 시·도의회, 자치단체의 정치인들은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이 있는 자들이니 대기오염 질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과 실효성 있는 계획을 마련해 국민을 안심시키길 바란다. 일회성 마스크 지급이나 공기청정기 지급과 같은 보여주기식, 미봉적, 현상적, 예산낭비식 대응의 되풀이는 더 이상 안된다. 지도자는 진정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밖에 전기절약, 일회용품 줄이기, 자가용 사용 자제 및 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에서의 실천에 대한 동참은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과제가 되었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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