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언제 가르칠까, 영어학원은 어디를 보내야 하나, 수영이 좋을까 태권도가 좋을까, 미술학원도 가야 하는데, 창의력 학원도 있다던데...

아이가 태어나고 영유아기를 거쳐 어린이집 보낼 시기가 되면 엄마의 선택갈등은 커진다. 거기다가 엄마는 아이들의 성격을 잘 형성시켜 주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놀이파트너 역할, 선생님과 영양사 등의 역할까지 잘 수행해 내어야 한다. 보이지 않으면서도 끝나지 않는 양육과 돌봄과 교육의 영역에서 엄마는 어디까지 자신의 몫을 감당해야 할까. 아이의 의식주를 책임지는 것 이상으로 한 인간을 평생 전담해야 하는 것은 엄청난 노동이다. 거기다가 끊임없이 선택갈등을 겪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엄마라는 존재가 되면서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수십 년 이상을 다른 인간을 만들어내는 삶에 인생을 바쳐야 한다. 그것이 진리이자 숭고한 삶의 목적인 것 마냥. 수많은 감정노동으로 이뤄진 육아는 끝도 없는 피로감을 몰고 왔다.

이제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지’를 뒤늦게 알았다는 듯이 출산을 거부한다. 인구절벽이 다가오고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여성의 몫으로 치부되고, ‘위대한 모성’만 계속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누구도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여성의 인생 그래프에서 누구나 해야 하는 일처럼 생각되었던 과정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하지만 선택하지 않을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을 뿐이다.

‘자연인’이라는 칭호를 만들어 낸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사연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50~60대 남성이 대부분인 자연인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사업실패나 이혼, 질병 등으로 세상과의 연을 끊고 산속으로 들어와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아내가 출산하는 장면을 눈으로 목격한 후 충격을 받아 더 이상 성관계를 할 수가 없어 도망치듯 나와 살게 되었다는 사연도 있었다. 인생의 고난을 겪은 후 자연을 도피처로 삼은 남성들의 사연은 도시인들에게 로망이 되었다.

이 방송을 잠깐 보면서 든 생각 하나. 과연 여성이 자연인으로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방송에 나온 내용을 보면 처자식 다 버리고 자기 한 몸 살겠다고 행복한 낙원을 찾는 남성들은 영웅 같다. 맨발로 산을 타고, 직접 캔 약초를 복용하고, 텃밭에서 키운 야채를 먹고, 움막이나 작은 황토집, 심지어 동굴에서도 살고 있다.

도시의 삶을 떠나고 가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도피한 남성들이 ‘상남자’ 혹은 ‘도사’의 반열에 오른다는 게 아이러니다. 자연을 간절히 갈망하며 자연의 품에 안긴 자연인 남성의 모습이 매우 긍정적으로 비춰졌다. 인간관계나 경제활동에서 벗어난 자연인을 롤모델로 삼고 싶다고도 한다.

이렇게 남성들은 떠날 곳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심지어 모든 사회에서 칭송받는다. 사회적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난 자연인을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하면서. 만약에 여성들 특히 엄마들이 “나도 오늘부터 자연인으로 살거야. 참다운 자연의 삶을 배우면서 내 안의 진정성을 찾겠어. 남편과 자식을 떠나고 자본주의의 시스템과 도시의 편리한 삶을 벗어나겠어”라고 한다면?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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