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기적이 아닌 기본, 소방차 길 터주기
김현민(오산소방서 재난예방과 지방소방장) | 승인 2019.03.30 08:37

당신은 지금 금요일 저녁 6시 30분, 퇴근 길 꽉 막힌 2차선 도로에서 운전 중이다. 갑자기 뒤에서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번쩍이는 경광등이 보인다. 구급차가 출동 중이다. 과연 이 순간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비켜줘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필자는 며칠 전 오산시에서 통행량이 많기로 유명한 남촌오거리에서 구급차 출동을 따라가 본 적이 있다. 사이렌 소리를 크게 울리며 구급대원이 마이크로 구급출동임을 알렸지만 앞선 차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렇게 당신이 무심코 흘려들은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어떤 이에겐 살려달라는 처절한 아우성일 수 있다.

‘환자가 당신의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당신의 집이 타고 있다고 해도 비켜주지 않을 건가요?’라고 그동안 각종 매체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에 대해 많은 홍보를 해왔고, 전국 모든 소방서는 매월 시민들을 대상으로 소방차 길 터주기 홍보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소방차 길 터주기 생활화는 우리에게 아직도 먼 이야기이다.

앞선 차들이 도로 양쪽으로 비켜주며 소방차 출동로를 만들어주는 영상이 가끔 TV뉴스에 나오면 ‘모세의 기적’이라며 대단한 일이라고 치켜세운다. 하지만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기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긴급차량이 긴급출동을 하는데 앞선 일반차량들이 비켜주지 않는 상황이야 말로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지 않나?

물론 우리나라의 도로 여건이 모두 좋은 편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좁은 도로에 차가 너무 많이 막혀 소방차 길 터주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운전자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좁은 도로 상황에서도 가장 앞선 차부터 우측 길 가장자리로 비켜서고 그에 따라 모든 차량이 조금씩이라도 비켜주면 소방펌프차가 지나갈 수 있는 도로 폭이 충분히 생긴다. 이를 볼 때 ‘소방차 길 터주기’는 전적으로 운전자 의지의 문제이지 결코 현실의 문제는 아니다.

소방차는 재난 현장의 허망한 죽음을 막기 위해, 재산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지금 구급차 안에 있는 사람이 나의 가족, 친구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국민이다. 지금 불타고 있는 집과 건물이 꼭 내 것이 아니어도 대한민국의 재산이다. 우리 국민을 살리기 위해, 우리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달려가는 소방차에게 길이 열리는 현상은 결코 기적이 아니라,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일상인 것이다.

이제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은 ‘소방차 길 터주기’가 더 이상 기적이 아니며,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행동임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방차 길 터주기의 생활화’에 대해 알려주고 강조해주기 바란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이 소방차 길 터주기를 생활화해서 허망한 인명피해를 막고, 불필요한 재산피해를 줄여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살기에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현민(오산소방서 재난예방과 지방소방장)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현민(오산소방서 재난예방과 지방소방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6310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정조로 966(조원동)  |  대표전화 : 031)373-8770  |  팩스 : 031)373-8445
등록번호 : 경기, 다01040  |  발행인 : 조백현  |  편집인 : 조백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백현 대표   |  이메일 : mail@newstower.co.kr
Copyright © 2019 뉴스타워.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