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 시인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라고 읊었다. 김현욱 해마루 이차진료동물병원장을 인터뷰 한 후, 기자는 이런 느낌을 받았다. “이 사람을 키운 건 팔할(八割)이 동물이구나.”

김 원장은 ‘동물의’, ‘동물에 의한’, ‘동물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수의사다. 행복을 묻는 고리타분한 질문에 그는 주저 않고 ‘행복하다’고 했다. 사실 그에게 수의사란 직업은 수능점수에 맞춰서 우연으로 택한 것이 아니었다. 유년의 뜰과 같은, 일종의 ‘추억의 연장선’과 같은 선택이었다.

“아버지께서 수의사였어요.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보면 항상 주변에 개, 고양이, 소, 돼지 등 동물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진로는 항상 수의사였어요. 동물을 직접 진료하는 임상 수의사가 되고 싶었죠.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해요. 그런데 가족들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말티즈-혼종 ‘사랑이’를 입양해서 10년가량 함께 살고 있어요.(웃음)”

김 원장은 99년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의학과을 졸업한 후, 뒤이어 같은 대학에서 2017년 의수의학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내과‧외과‧영상과 석사를 졸업한 선배들과 의기투합해 분당 서현동에 해마루동물병원을 개원한 건 1999년. 당시만 해도 종합병원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였다. 큰 도전에 앞서 사명에 대한 고민이 컸을 터. 이 역시 아버지를 통해 답을 얻었다고.

“충북 음성에 아버지께서 직접 산을 깎아서 일구신 종돈장이 있었어요. 꼭대기 즈음 사택이 있었죠. 해가 뜨는 방향을 보고 있어서 어머니 지인이신 작가님이 ‘해마루’라고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해 뜨는 언덕이라는 뜻이 좋아 사택명을 그대로 가져와 주식회사 해마루 및 해마루 이차진료동물병원으로 정했어요.”

해마루의 이름을 걸고 김 원장은 바쁘게 살아왔다. 각종 해외 연수는 물론이고 지금도 경기도수의사회 대외협력위원장, 한국수의임상포럼 회장, 성남시수의사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해마루는 이차진료 동물병원이기 때문에 최우선 고객은 환자를 의뢰해주시는 일차 병원 원장님들이세요. 해마루가 궁극적으로 잘 되려면 반려동물 시장 및 수의 의료 수준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해마루 내부 시스템이 안정된 이후부터는 외부 활동에 더 비중을 두게 되었어요. 여러 활동을 통해 좋은 분들을 만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어요.”

김 원장이 이끄는 해마루는 크게 이차진료 동물병원과 온/오프라인 교육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iHAEDU 교육사업부가 있다. 3,000명이 넘는 임상수의사가 iHAEDU에 가입되어 있다. 여기에 이어 해마루는 설립 초기부터 중소기업 산하 소동물임상의학연구소를 개설‧운영하고 있다. 해마루에서 수행하는 임상연구는 동물을 희생하지 않고 자연발생적인 질환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도움이 되는 임상 시험만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경영을 하며 힘든 점도 있다.

“사실 동물병원 운영과 관련해서 정부의 정책적 법적인 지원은 없는 편이에요. 반면 점점 각종 규제와 불필요한 절차들은 늘어나고 있어요. 동물병원은 정말 노동집약적인 사업형태로 큰 병원일수록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거든요. 특히 이차진료 동물병원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이에요. 최근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인건비가 크게 올라 운영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김 원장은 물질적으로 아주 풍요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좋다고 했다. 최근 김 원장의 마음속에 지니고 사는 삶의 목표는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고.

“일주일에 한 번씩 사무실 아래층에 위치한 댄스스쿨에서 힙합을 배우고 있어요. 단순히 개인적인 목표라면 춤을 잘 추고 싶어요. 요즘은 운동을 자주 못하고 있는데, 아침에 크로스핏 운동으로 몸을 튼튼히 만드는 것도 목표 중에 하나랍니다. 몸이 튼튼해야 정신도 튼튼해지더라고요. 이 길을 계속 걷는데 원동력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