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힐링 시간’이라는 글쓰기수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내게 글쓰기는 ‘자기 탐구’의 시간이었다. 나를 조금 더 섬세하게 돌보는 작업과도 같았다. 혼자 책상에 앉아 끄적 끄적 거리는 수준을 넘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찾아주고 싶었다.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얻는 무언의 ‘것’들을.

반전 그 이상. 평균 연령이 꽤 높은 수강생들의 글에는 한 문장 한 문장 단단한 힘이 있었다. 세월의 풍파를 온몸으로 이긴 이야기가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타인의 ‘글’을 읽었을 뿐인데, 한 사람의 ‘삶’이 들어왔다. 부끄럽기도 했다. 깜냥도 안 되는 젊은 강사가 나대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그러다 “선생님은 심리상담사 같아요. 나이 먹으면 쉽게 속을 드러내지 않는데 우리 수업은 뭔가 달라요”라고 얘기해주시는 수강생의 말에 ‘겸손’의 힘을 배우기도 한다.

무턱대고 시작한 강의지만, 사실 에너지가 꽤나 소요가 된다. 매주 한 번, 수업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기획과 PPT는 에너지를 생각 이상으로 빼앗는다. 그리고 다시 수업을 통해 에너지를 꽉 채운다. 모순일지 몰라도, 이 모순 때문에 나는 나아간다. 이렇게 계속 ‘해야겠다’는 의지를 붙잡는다. 나란 인간이 발전이 되는 듯한, 뭔가 하는 듯한 모양새가 좋아서 리라.

나는 그 모양새를 다듬기 위해 오늘도 도서관에 가고, 카페에 가고, 서점에 간다. 최근에는 (아니 2년을 고민해 온)내가 딛는 장소에 ‘대학원’을 더 추가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져간다. 그럴 경우 내가 생각해야 할, 신경 써야 할 ‘잔가지’들이 너무 많다. ‘일과 양립’이라는 (말을 쉽다만) 어려운 주제. 꼭 가야 할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 내 기준에 맞는 스펙을 위한 건지, 지평을 넓히고 앎을 구축하기 위해서인 건지, 더 많은 가능성의 세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양새를 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인 건지. 박사학위를 준비하는 지인이 한 마디 거둔다. “그 학문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생각을 접어야 한다”고.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아침밥을 못 먹잖아.” ‘헐’이다. 매일 밥을 하는 아내는 아니지만, 꼬박꼬박 밥을 해주는 아내도 아니지만 현실은 그렇다. ‘어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건지, 그 공부가 앞으로 살아갈 네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지’라고 되묻는 남편은 (현실적으로) 없다. 정 가고 싶으면, 자신이 발령이 나는 지역에 가까운 대학을 가라는 식이다.

‘엄마’라는 역할이 붙었을 때, ‘공부하는 엄마’가 되려면 엄마의 공부를 위해 희생하는 타인이 있어야 한다. 또 다른 여성의 ‘돌봄노동’이 필요하다. 어쩌면 ‘독한 년’ 소리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공부에 때가 있다’는 어른들의 말이 떠오른다. 그러면 나는 결혼을 앞둔 미혼 여성에게 이런 조언을 해야 할까. “공부를 더 하고 싶으면 결혼 전에 대학원에 가”라던가 “아이는 최대한 늦게 낳아”라고.

글쓰기 수강생들의 지혜를 얻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공부하지만 공부하면서 사람답게 살기는 어렵다.(다가오는 말들, 어크로스, 은유 작가, P.99) 이렇게 타협하며 맞춰가며 살면 어른이 되는 건지, 아니면 원래 어른들의 삶이 이런 건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여전히 내공이 부족하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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