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문화재 가운데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중 불상이 있다. 불상은 쉽게 부처의 형상을 표현한 것으로, 그 재질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가령 나무로 만들었으면 목조, 돌로 만들었으면 석조, 철로 만들었으면 철조 등으로 불리는 것이다. 어느 사찰을 가더라도 이러한 불상은 쉽게 볼 수 있기에 그저 교회의 십자가처럼 하나의 종교 상징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의외로 불상은 시대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 있게 바라볼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은 평택의 보물 가운데 심복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과 만기사 철조여래좌상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 불상의 위치와 이름이 들려주는 심복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흔히 불상의 이름을 보면 해당 불상의 정체성을 알 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소재지+재질+불상의 종류+형태’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심복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565호)를 보면 ‘심복사(소재지)+재질(석조)+비로자나불(불상의 종류)+좌상(형태)’의 의미인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평택의 보물 불상인 만기사 철조여래좌상의 경우 ‘만기사(소재지)+철조(재질)+여래(불상의 종류)+좌상(형태)’로, 여기서 여래는 곧 불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만기사 철조불좌상으로 불러도 틀린 건 아니다. 따라서 불상을 처음 접할 때 먼저 그 이름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불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첫 시작이 된다.

심복사 대적광전. 내부에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모셔져 있다.

심복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의 전경

그 다음으로 불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찰의 내역 혹은 입지조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늘 소개할 불상이 있는 사찰은 심복사로, 평택시 현덕면 덕목리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봐야 할 점은 오늘 우리가 바라보는 지형의 모습과 사찰이 세워졌을 당시의 지형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심복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의 발견 경위와 인근의 ‘덕목리성지’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는데, 과거에는 사찰에서 멀지 않은 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즉 해안가에 위치한 사찰이라는 것인데,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해안가에 위치한 사찰이나 성당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두 손가락을 감싸고 있는 ‘지권인(智拳印)’의 수인과 목의 주름인 삼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건립의 배경은 바로 교통의 편의성 때문이다. 지금이야 고속도로가 전국으로 부설되어 이동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과거에는 도로가 형편없었기에 강이나 바다를 통해 세곡을 운반하거나 ‘교통로’로 이용했던 것이다. 따라서 사찰의 건립 배경이나 위치 등을 통해 사찰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비로자나불의 구분은 의외로 어렵지 않은데, 불상마다 가지는 저마다의 ‘수인(手印)’, 즉 손 모양으로 구분이 가능한데, 심복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의 경우 두 손가락을 감싸고 있는 ‘지권인(智拳印)’의 수인을 하고 있다. 또한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불상이라는 점 역시 주목해서 관찰해볼 지점이다.

■ 혼란의 시대를 조명해볼 만기사 철조여래좌상 

앞전에 소개한 바 있는 진위향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만기사(萬奇寺)’에도 주목해볼 불상이 하나 있다. ‘만기사 철조여래좌상(보물 제567호)’로, 불상이 있는 만기사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해 1872년에 제작된 진위현 지도에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만기사의 대웅전 내부에 만기사 철조여래좌상이 자리하고 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불상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질 때 이미 광배와 대좌는 없었다고 하며, 양손 역시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보고 불상은 일부 수리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재질이 철이지만, 개금을 통해 마치 금동불의 외형을 하고 있다.

만기사. 석탑의 뒤로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해당 불상은 석가모니불로, 그 수인은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이다. 쉽게 석굴암 본존불상의 수인을 생각하면 되는데, 가장 기본적인 불상의 형태로 많은 이들이 불상하면 이러한 수인을 생각하기 쉽다. 특히 해당 불상의 재질을 주목하면 좋은데, 통상 철불의 등장을 신라 말과 고려 초로 보는 견해가 있다. 지금이야 불교는 모두가 믿는 대중적인 종교의 성격을 지니지만, 신라 때만 해도 불교는 왕실이나 귀족 등의 전유물이었다. 이 때문에 불교의 대중화에 공헌을 한 원효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다 후삼국이 도래하는 신라 말의 상황이 되면, 신라의 중앙과 지방 간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만기사 철조여래좌상의 전경

당시 신라의 왕실과 중앙은 교종(敎宗, 5교)을 믿은 반면, 지방의 호족들은 선종(禪宗, 9산)을 신봉했다. 이 둘 사이의 차이는 중 눈여겨볼 점은 경전에서 진리를 찾느냐,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지의 여부다. 당시의 신분제의 모순이 극에 달했던 신라의 정치적 상황에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선종에 호족들이 우호적인 눈길을 보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시대였던 탓에 백성들은 이 상황을 타개하고, 세상을 구원해줄 존재를 갈망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스스로 미륵을 자처한 이가 있었으니, 이가 바로 궁예였다.

만기사 철조여래좌상의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수인

따라서 당시 미륵불이나 약사여래불이 성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훗날 고려를 건국한 왕건은 지방의 호족들을 회유하기 위해 선종에 대해 우호적으로 접근했고, 이러한 호족들의 지지는 경쟁자인 견훤을 무너뜨리고, 왕건이 최종적인 승리자가 되는데 기여를 했던 것이다. 이처럼 단순히 종교의 상징물처럼 보이는 불상이지만, 이 불상이 만들어진 당시의 시대상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사찰을 방문할 때 어떠한 시각으로 불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당 불상은 우리에게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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