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도박 중독으로 인생 밑바닥까지 가 보았다는 분을 만났다. 충동적인 도박에서 오는 승리와 같은 쾌감은 끊기 힘들다. 가정파탄, 자살시도, 우울증,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게 되는 도박에 손을 대는 이유는 뭘까.

대다수 도박에 이끌리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고자 하며, 현실의 문제를 도박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느낀다. 쉽게 큰 돈을 벌어 본 경험이 쌓일수록 도박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도박 빚은 나날이 불어가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상황을 이어나간다. 뇌의 회로가 고장 난 듯한 도박 중독은 쉽게 끊기 힘들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중독자가 되려고 도박에 손을 대는 것은 아니다. 가볍게 시작하지만 끊기 어려운 것이 도박이다. 제주도에서 현재 농사를 짓는 A씨는 과거 도박을 했을 때 베팅 금액이 커질수록 보상이 커지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중에는 한 시간에 2,000만원에서 4,000만원이 넘는 판돈을 걸기도 했다. 오락과 재미를 위해 도박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것만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판돈이 커질수록 얻을 확률도 커지고, 잃을 확률도 커진다.

돈을 따는 것도 스릴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돈보다도 무언가 걸고 따 냈을 때의 쾌감이 커진다. ‘이번 한 판만’이라는 미련에 다시 도박장을 향한다.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도박을 할 때도 있었다. 매달 벌어들이는 월급으로 산다는 게 오히려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 방에 모든 손해도 만회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주변 사람들도 끌어들이고, 거짓말을 남발하고, 범법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시작이 바로 도박이다.

도박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세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첫 번째 단계는 승리기다. 우연히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큰 돈을 따게 된 것이 시작이다. 기질적으로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일확천금으로 돈을 벌어 보았던 경험이 많을 경우 도박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다.

그 다음 단계는 점진적 손실기다. 잘 통제해 왔다고 여기던 판에서 돈을 잃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손해가 조금씩 커지는데, 그럴수록 베팅 금액도 커진다. 당연히 큰 돈을 잃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점차 수렁에 빠진다. 추한 도박꾼이 되어 거짓말을 하거나 공금을 횡령하거나 누군가를 속이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여기에서 그만두면 다행이다. 손실이 커지면 정신 차리고, 도박을 끊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도박 빚을 도박으로 갚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는 절망기다. 범법행위에서부터 인간관계의 파탄, 건강까지도 해친다. 완전한 절망에 이르러도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도박으로 인한 구원을 꿈꾸는 사람들. 중독에서 정말 헤어 나오기 힘들다.

“돈은 힘들게 벌어야 정상이에요. 남의 돈 쉽게 벌 수 있다고 착각한 게 바보 같은 생각이었죠. 노동의 대가로 피눈물 나도록 벌어야 돈의 가치를 알아요. 매번 사기치고, 남의 것 강탈해서 쓰고 순식간에 날려버리듯 돈을 쓰면 돈 귀한 줄 모르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순식간에 많은 돈을 벌어 보니 우습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에요.”

이후 A씨는 도박중독자에서 범죄자가 되고, 폭력사건에 휘말려 온 몸에 칼자국까지 남겼다. 생사를 넘나드는 큰 일을 겪고 나서야 도박에서 손을 떼었다. 처음부터 누가 중독자가 될 생각으로 도박을 시작하겠는가. 가볍게 시작한 일이 한 사람의 삶을 파멸로 이끈다. 결국 승자는 카지노뿐임을 알아야 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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