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여름 햇빛과 선글라스
고재현 교수(한림대학교 나노융합스쿨) | 승인 2019.05.05 09:40

햇빛이 강해지는 늦봄에서 초가을까지는 눈을 보호해야 하는 시기다. 특히 운전을 하거나 해변가에서 물놀이를 즐길 때, 도로나 물에서 비스듬히 반사되는 강한 빛은 눈에 불쾌감을 준다. 태양빛 속에 포함된 자외선을 오래 쬐면 백내장 등의 안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자외선은 피부에서 비타민D를 합성하는 긍정적 역할도 있는 만큼 실내에서만 지낼 수는 없는 법, 야외에선 눈을 보호하는 선글라스를 사용하는 것도 강한 햇빛을 피하는 한 방법이다.

선글라스는 렌즈에 색소를 넣어 투과되는 빛의 세기를 줄이는 종류도 있고 자외선을 반사 혹은 흡수하는 코팅을 입혀 400 nm 파장 이하의 전자기파를 차단하는 제품도 있다. 최근에는 자외선뿐 아니라 가시광선 내 단파장 영역의 청색 빛을 차단하는 선글라스도 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도로나 물가에서 눈에 들어오는 강한 반사광을 차단하기에는 편광 선글라스가 가장 효율적이다. 여기에는 빛의 파동으로서의 성질이 관련되어 있다.

전자기파의 일종인 빛은 횡파로서 빛의 진행 방향에 대해 수직인 방향으로 전기장과 자기장 성분이 동일한 위상으로 진동한다. 이때 전기장의 진동 방향 혹은 진동 방식을 편광이라고 정의한다. 태양이나 조명은 일반적으로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는 편광이 섞여 있는 빛을 보내는데 이를 ‘무편광’된 빛이라 부른다. 반면에 레이저 빔은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는 전기장 성분을 가진 편광된 빛이다.

흥미로운 현상은 이 무편광 빛이 매끈한 표면에 부딪힐 때 발생한다. 해변의 모래 사장에서 바다를 바라본다고 하자. 저 멀리 작열하는 태양의 빛이 바다에 부딪히며 내 눈에 들어오고 있다.  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오는 무편광된 햇빛의 편광은 바다의 표면에 대해 수직인 성분과 수평인 성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즉 무작위적으로 진동하는 햇빛의 편광을 수직으로 진동하는 성분과 수평으로 진동하는 성분의 합 혹은 중첩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19세기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에 의해 정리된 전자기파 이론에 따르면 매끈한 표면에서 빛의 반사율은 반사되는 각도가 커질수록, 즉 반사광이 표면에 더 비스듬히 누울수록 증가한다. 형광등 아래 비닐 코팅으로 덮인 책을 놓고 눈의 각도를 달리해 보면 표면을 더 비스듬히 바라볼수록 형광등의 조명빛이 강해지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수평 편광의 빛과 수직 편광의 빛이 표면에서 반사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수직 편광된 빛의 경우 특정 입사각에서 반사가 전혀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상한다. 이때의 입사각을 브루스터 각(Brewster's angle)이라 부른다.

빛이 매질과 매질 사이에서 반사되고 굴절되는 현상은 빛과 매질을 구성하는 원자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한다. 빛의 진동하는 전기장이 원자에 입사되면 원자핵을 둘러싼 가벼운 전자가 전기장에 반응해 진동을 한다. 전자처럼 전하를 띠고 있는 입자가 진동을 하면 주변으로 전자기파를 방출하게 된다. 이때 전자가 진동하는 방향을 따라서는 전자기파가 방출되지 않고 진동 방향에 수직인 방향으로 가장 강한 전자기파가 방출된다. 따라서 수평으로 진동하는 전기장에 흔들리는 전자는 우리의 시선 방향으로 빛을 많이 보내지만 수직에 가깝게 진동하는 전기장에 의해 진동하는 전자는 시선 방향으로 빛을 별로 보내지 못한다. 이 얘기는 수직 편광된 빛은 시선 방향으로의 반사율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바닷물이나 도로의 표면에서 반사되어 눈에 들어오는 강한 빛은 주로 수평으로 진동하는 편광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수평의 편광 성분만을 차단하는 편광판으로 선글라스를 만들면 강한 반사광을 차단해 불쾌감을 줄이며 눈도 보호할 수 있다. 강태공들의 경우 편광 선글라스를 껴서 반사광을 줄이면 물 속의 물고기를 훨씬 더 선명히 볼 수 있다. 부르스터 각에 기반한 광학 소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레이저의 경우 특정 편광 성분의 빛을 100% 통과시키기 위해 브루스터 각으로 기울어진 유리를 이용한다.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은 파란 하늘에서 오는 빛들도 편광시킨다. 햇빛이 대기를 통과하며 상공의 공기 분자들을 진동시키면 전자들이 따라 진동하면서 입사된 빛과 동일한 색깔의 빛을 사방으로 퍼뜨린다. 그런데 공기 분자처럼 작은 입자의 경우 가시광선의 다양한 색깔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나 보라색을 훨씬 더 강하게 산란시킨다. 이 레일레이 산란에 의해서 강하게 산란되는 파란색이 우리 눈에 주로 들어오기 때문에 청명한 날씨의 대기는 파란색으로 보인다.

이제 눈 앞에서 햇빛이 대기를 가로지르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햇빛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공기 분자들을 산란시키며 지나갈 때 횡파인 빛의 무편광 상태는 수직 편광과 수평 편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를 수직으로 진동시키는 수직 편광은 우리의 시선 방향으로 산란광을 많이 보내지만 수평 편광에 의해 시선 방향을 따라 진동하는 전자는 시선 방향으로 산란광을 보내지 못한다. 따라서 깨끗한 대기에서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파란색 빛은 주로 수직으로 편광된 빛이다. 이때 수직 편광을 주로 통과시키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면 밝은 파란색 하늘을 그대로 볼 수 있지만 선글라스를 90도 돌리게 되면 하늘이 어둡게 보인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작가들은 사진기 앞에 선형 편광자를 낀 후에 편광자의 투과축을 돌려서 파란 하늘의 색감과 밝기를 조절하며 풍경 사진을 촬영하곤 한다.  

무편광된 빛이 지배하는 일상 생활에서 물질에 의한 빛의 반사는 약간이라도 편광된 빛을 만들어 낸다. 햇빛과 자외선이 강해지는 시기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지만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이 만드는 편광의 장단에 맞춰 잘 적응하며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강한 단파장 전자기파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노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재현 교수(한림대학교 나노융합스쿨)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재현 교수(한림대학교 나노융합스쿨)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6310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정조로 966(조원동)  |  대표전화 : 031)373-8770  |  팩스 : 031)373-8445
등록번호 : 경기, 다01040  |  발행인 : 조백현  |  편집인 : 조백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백현 대표   |  이메일 : mail@newstower.co.kr
Copyright © 2019 뉴스타워.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