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의회가 ‘수원시 지역언론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해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조례는 수원시청 출입 등록 언론사에 대한 건전한 시정홍보와 지역언론 활성화를 통한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역언론 지원을 명분으로 수원시에서 이 조례안을 적용하면 화성이나 오산 등 인근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조례안의 내용이 언론사의 생존과 활동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수원시에 출입하는 언론사가 많고 광고비 등으로 지출되는 예산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시 차원에서 조례를 만들어야 하는 고충도 어느 정도는 이해된다. 그러나 조례안 곳곳에 악용될 경우 언론탄압을 야기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숨어있고, 언론사에 대한 차별이 내재돼 있어 문제다.

우선 조례안은 적용대상을 수원시청에 출입하는 일간신문, 주간신문 및 인터넷신문, 방송, 뉴스통신, 그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매체 등으로 구분해 놓았다.

여기서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매체는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에 줄선 언론사가 해당될 수도 있는 매우 자의적인 조항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내용은 언론 차별이다. 적용대상으로 주간신문 및 인터넷 신문만 수원에 본사를 둔 곳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본사의 범위를 서울, 인천, 경기도로 확대해 놓았다는 점이다. 조례가 형평성이 있으려면 일간신문, 방송, 뉴스통신도 수원이나 최소한 경기도에 본사를 둔 매체로 국한해야 이치에 맞다.

이러한 내용의 조례안이 타 지자체로 퍼져 나갈 경우 기존의 거대 기득권 언론은 각 지자체별로 그대로 자신들의 특권을 계속 누리게 되고, 수원시의회가 지역언론을 육성한다는 명분과는 달리 오히려 지역언론은 더욱 힘겨운 언론환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수원에 본사를 둔 지역언론이 화성이나 오산에서 취재활동이나 광고비를 받아내는 등의 활동을 하기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진다. 수원 화성 오산 상생을 말하면서 오히려 수원시가 배타적 조례를 만들면서 작은 규모 언론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셈이다.

결국 수원시의회 조례안의 목적은 매우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만만한 주간신문 및 인터넷신문에게만 차별을 두면서 이들에게 지급되는 광고비를 줄이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조례가 이렇게 언론을 차별화하고 상대적으로 약자인 언론만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져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인터넷신문 홍보 예산 집행시 포털 제휴를 핵심 조건으로 하는 것도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를 활용하는 매체의 독자 접근성이 뛰어난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거나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꽃인 언론의 운명을 포털에 맡기는 너무도 위험하고 무책임한 조치이다.

또 다른 독소조항은 언론사 또는 출입 기자가 언론중재위에서 조정성립 또는 직권조정을 통해 정정보도를 받을 경우 시장이 등록취소나 지원 중단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력이나 자본, 관에 대해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이 언론중재위에 의해 조정이 성립되거나 직권조정에 의해 정정보도가 되는 상황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이를 빌미로 시장이 등록취소나 지원 중단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비판언론에게 입 다물고 순응할 것만을 요구하는, 언제든지 언론통제로 악용될 수 있는 내용이다.

수원시의회가 언론 관련 조례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언론의 난립이나 기사의 질이 문제가 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일정정도 언론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 시기 일부 언론의 타락이나 언론환경의 왜곡은 언론만의 문제가 아닌 정치권력이나 관의 잘못된 언론정책이나 광고비 지출의 비정상적인 모습에도 크게 기인한다. 또한 작은 매체의 일부 부작용보다 오히려 큰 매체가 권력과 유착하거나 광고 독점, 여론 조작 등으로 야기하는 폐해가 더욱 위험하다는 것을 간과한 조치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서 수원시의회가 현재 추진 중인 언론 관련 조례안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주간신문 및 인터넷매체에만 현재 언론 관련 나타나는 부작용의 책임을 덮어씌우는 것으로서 문제의 진단도 잘못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처방도 전혀 잘못된 것이다. 지역언론을 살리기는커녕 지역언론을 죽이게 될 것이며, 지자체장과 거대 언론의 기득권만 더욱 강화시키게 되는 개악이다.

수원시의회는 올바른 언론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조례안을 제대로 만들든지, 아니면 힘이 약한 언론만을 차별하는 현재의 조례안 내용을 폐기하든지 양자택일해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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