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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조직으로
이건일(당진북부사회복지관 관장) | 승인 2019.07.14 08:19

최초의 사회복지관이었던 토인비 홀(1884)은 시민들의 배움이 있는 곳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며 스스로를 알렸다. 그곳은 시민 교육의 장이었으며 시민 활동으로까지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이는 지금의 사회복지관의 역할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복지사들은 지역 주민을 연결하고 사회복지관이라는 장소를 활용하여 시민교육과 그에 대한 활동을 돕는다.

사회복지(사회사업) 방법의 대상은 크게 개인과 집단, 지역사회로 구분한다. 이를 위한 실천은 사례관리로 대표되는 개별사회사업과 집단의 공동 관심사와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사회사업 그리고 지역의 문제를 조직화로 해결하는 지역 조직사업으로 설명할 수 있다. ‘토인비 홀’은 이중 지역 조직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이다.

복지관에서 지역복지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는 지역 조직가의 역할을 한다. 사람을 만나고 모으는 일이다. 그리고 이들이 스스로 지역사회에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렇게 단순히 전개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민조직화에 대한 본질이 흐려졌고 조직화가 단순 모임으로 전락해 있는 경우가 무척 많다.

주민을 모았다고 해서 ‘조직’되었다고 하지 않는다. ‘모임’은 단순히 여러 사람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함께 하는 일이다. 악기를 다루고 싶어서 모인 악기 동아리, 책에 관심이 있어 모인 독서 동아리, 특별한 기술을 공유하고 싶어서 모인 취미 동아리 등, 이것은 동아리 활동이거나 단순한 모임이다. 모임의 목적은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기에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조직화는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것을 넘어 모인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힘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조직화가 지향하는 것도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공공성과 지역성, 사회성을 띠게 된다. 모인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과정도 없이 이를 바로 행동하기는 어렵기에 바로 주민교육이 필요하다.

조직화의 교육은 시민권에 대한 자각과 꾸준한 토론 학습으로 이루어진다. 시민의 권리와 역할이 분명해지고 그 조직 내에서 당사자들의 주체적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후 주민들은 자신이 포함된 공동체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해 나가는 실천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조직의 지도자가 생기고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자각과 학습 그리고 실천, 이것이 선순환 되도록 한다. 그래서 조직가의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사에게는 시민권에 대한 자각과 학습모임을 이끌어 갈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이 요구된다. 조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조직가도 고된 훈련을 통해서 탄생된다. 당사자성과 민주적인 참여가 전제된 조직을 만드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에게는 힘이 없지만 조직에게는 힘이 있다. 단순한 모임에는 힘이 없지만 그 모임이 조직화된다면 힘이 생긴다. 시민이 권리를 주장하는 방식은 결국 조직이 되는 것이고 이것이 연대로 이어진다면 더욱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사회복지실천의 핵심 중 하나인 지역사회조직은 곧 공동체인 시민에게 정치적 힘을 만들어 주는 것이고 그 힘을 통해 공동체가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인권과 복지의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건일(당진북부사회복지관 관장)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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