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지금 커다란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은 올해 1월~4월 10대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6.9%)으로 하락했다. 31일 발표된 ‘6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주요 경기지표인 전산업생산과 설비투자, 소비 모두 상황이 심각하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고, SK하이닉스는 감산과 투자계획 재검토를 공식화했다. 한국경제를 이끄는 반도체 경기의 악화는 연쇄반응을 일으켜 각 분야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일본의 아베정권은 불화수소 등 3개 핵심 품목의 수출을 규제한데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절차 대상국)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우리 경제를 더욱 벼랑으로 몰고 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한국이 받게 될 수출 규제 품목은 1120여개에 이른다. 타격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이렇듯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반도체, 가전, 자동차, 철강 등 그동안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국제경쟁력을 한국이 대체해 나가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현상적으로는 일제의 강제동원 등에 따른 피해자들의 개별보상이 가능하도록 한 우리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발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더 속을 들여다보면 성장하는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과 견제가 작동하는 셈이다.

아직까지 한국경제는 일본에 대한 의존성이 심해 대일본 종속관계에 놓여 있다.

일본은 소재·부품산업에서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치사슬의 상류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그동안 국제분업 구조에서 대일본 종속관계에 안주하면서 탈(脫) 일본화에 실패해왔다. 한국경제는 반도체 등 핵심상품 수출이 늘어날수록 일본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역조가 발생하는 구조이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약 241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소재·부품 분야의 적자는 무려 151억 달러(63%)에 이른다. 한국의 전체 소재·부품 무역수지는 매년 개선돼 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일본과의 적자는 여전하다. 한 예로 몇 개의 핵심 품목에서의 대일(對日) 수입(’15) 현황을 보면 TAC 필름 99.4%, LCD 유리원판 97.4%, 액정 96%에 이른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아베정권의 경제침략은 언제든지 일본이 우리의 주력기업을 위협해 국민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군사적 대국화 및 전쟁을 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과 아울러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침략도 가능함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 셈이다. 추가 경제보복뿐만 아니라 수출제한조치 철회 이후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 탈일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앞으로 정부는 고기술 및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하는 한편, 대기업-소재·부품기업 간 협력을 통한 전략적 협업체계 구축, 소재·부품기업 간 상생협력구도를 구축해 탈일본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미 한국은 조선, 철강, 반도체, IT, 자동차, 게임, 휴대폰 산업 등에서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극복한 경험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힘과 지혜를 모아 기술 자립으로 일본을 넘어서야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소재·부품 부문에서의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 최단기간 내 기술추격을 위한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중국·러시아 등 일본을 대체할 만한 수입선 다변화 등이 역점을 두고 추구해야 할 과제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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