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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식 고취 위해 전범기업 기억에 관한 조례안 발의했다”[인터뷰] 황대호 경기도의회 의원
정진희 기자 | 승인 2019.09.11 17:18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두 달째 지속되는 가운데 학교 비품에 쓰이는 물품 중 전범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대한 인식표를 부착해 학생들이 올바른 소비자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조례가 지난달 경기도의회에서 발의돼 화제를 모았다.

‘경기도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기억에 관한 조례안’ 대표발의자인 황대호 도의원(민주당·수원4)은 독일 전범기업의 예를 들면서 “스스로 자행한 과거의 역사에 대해 알리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간에서 해당 조례의 내용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해당 내용은 강제 조항이 아니라 학생들을 포함한 교육공동체가 자율적으로 행하는 임의 규정”임을 강조했다.

아래는 황 도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조례 발의 내용이 화제다. 어떻게 생각하게 된 건가

작년 10월에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강제 징용자들에 대한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는 배상 판결이 있었다. 그 판결 이후 일본의 전범기업 및 몇몇 일부 관료들의 발언 가운데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사과나 배상은커녕 금융제재와 수출규제를 운운하며 오히려 우리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저는 사실 박근혜 정부 때 양승태 사법부에서 이 강제 징용자들에 대한 판결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있을 때부터 관심 있게 지켜봐왔다. 독도나 위안부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안이지만 시민들의 역사의식 고취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기도교육청 전범기업 제품 인식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게 됐다.

딱지나 스티커를 붙이고 불매한다는 게 아닌 노력하도록 권장하는 조례안이었다. 발의 이후 입법예고 기간 동안 많은 도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많은 분들이 “취지에는 공감하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과정이나 방법 면에서 숙의를 해달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후 5~6개월 동안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게 되고 경제보복 등이 이어지면서 도민들의 많은 관심과 문의를 받았다. 또 양평 가평 수원시 청소년의회 의원들이 이 조례안을 두고 심의를 하는 등 학생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이에 ‘경기도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기억에 관한 조례안’으로 재상정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 지난 3월 경기도교육청이 조례 내용이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보였는데

경기도교육청에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전범기업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에서 규정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외교적인 문제 등이 엮여 있으므로 학생이나 주민들이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입장이었다.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씀해주셨고 저 역시 도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실행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5~6개월 동안 숙의 기간을 거치게 됐다.

- 전범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기준이 애매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애초에 이 문제는 기업과 소비자의 문제다. 독일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전범 기업에 대한 리스트를 공표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과거 전범 기업들이 스스로 밝히고 사회공헌 재단을 출현해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는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서 국회에서 특별위원회를 거쳐 추려진 기업이 500여 개다. 이 가운데 일부 299개가 공개된 것이다. 대일항쟁기 전범기업은 이미 1945년 전후로 국제노동법이나 국제규약법 상으로도 명확한 전범기업이다.

- 조례안이 재상정될 경우 기존 내용에서 수정되는 부분이 있는 건가

제2조 3항에 보면 1항 및 2항에 따른 기업을 흡수·합병한 기업이라는 조항이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외 계열사까지 적용돼 광범위하고 인수합병의 지분을 정확하게 정할 수 없어 이 부분을 삭제했다. 그리고 1항과 2항을 합쳐 우리 국민에게 생명 신체 재산 등의 피해를 입히고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거나 또는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에서 발표한 기업으로 한정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조례 적용 대상 금액을 20만원 이상의 제품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주로 교실에서 사용하는 물품은 카메라, 캠코더, 복사기, 프로젝터 빔 등이 있는데 그런 비품들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을 때 50% 정도가 일본산이었고, 그 가운데 전범기업의 비중은 15~20%에 달했다. 경기도교육청 재무과와 상의 결과 20만원 이상의 품목으로 집계했을 때 10~15개 품목으로 한정된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학교 비품에 적용했을 경우 행정력 낭비에 해당된다.

아울러 이 조례안은 일본산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불매 운동이 아닌 캠페인이나 토론 등의 자율적인 과정을 거쳐 학생들의 판단에 맡긴다는 임의 규정이다. 인식표를 부착하는 경우에도 인식표의 도안이나 방향은 교육공동체가 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소비자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공익적 차원의 조례로 아베 정부 하의 기업에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 의회 차원에서 친일 잔재 청산 특위를 구성한다는데

이미 저는 일본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 TF 팀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문화재라든가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친일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정치적 프레임의 문제가 아닌 역사적 자주성을 찾기 위한 지방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진희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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