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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연결된 우리, 당신의 마음은 잘 있나요?[인터뷰] ‘북코디네이터’를 쓴 이화정 작가
김소라 기자 | 승인 2019.10.01 11:16

“북코디네이터라는 명함을 스스로 만들었어요. 그 해에 읽은 책 중 28권의 추천도서 목록으로 책명함을 만들었죠. 책들이 나에게 빛을 주었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북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하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격이나 조건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는 “북코디네이터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하여 졸업해야 하나요? 자격증이 있나요? 취업이 가능한가요? 수입이 될 수 있나요?”라고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북코디네이터라는 직함을 스스로 만든 이화정 작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독서모임을 스스로 기획하는 일이 ‘북 코디네이터’라고 말한다. 결국 책으로 삶을 가꾸는 사람이 ‘북코디네이터’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하여 북 코디네이터라는 일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게 된 걸까?

“저는 어떤 근사한 경력이나 이력이 없었기 때문에 책의 언어로 나를 말할 뿐입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치열하게 읽었습니다. 책의 언어가 내 안에 쌓여서 나오길 간절히 바랐을 뿐입니다. 그리고 같은 고민을 하는 경력단절 주부나 아이 엄마들을 대변해주고 싶었고, 독서모임이라는 작은 공동체를 통해 모두에게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처럼 이화정 씨는 자신의 일을 직접 만들고, 함께 책을 읽는 즐거움을 널리 공유한다. 책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다. 읽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고자 한다면 답을 준다. 책 속의 보물을 찾고자 하면 놀라운 비밀을 알려준다. 책은 또한 자신의 삶을 단단히 세워나가는 기초가 된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좋은 가치를 전하려고 애쓰는 것이 북코디네이터의 본령이라고 믿는다.

치열하게 읽고 쓰며 독서모임을 기획하며 모임에서 가장 열심히 읽고 듣는 사람이 북코디네이터다. ‘잘 들어주기’를 통해 상대방이 존재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그녀는 “누군가 발언할 때 그 사람의 눈동자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책모임이 수다로 그치지 않도록 책의 언어 구절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기본적으로 멤버들이 책을 다 읽어올 수 있도록 안내한다. 토론은 어느 정도 책을 읽지 않아도 가능할 때가 있다. 하지만 책 안 읽은 사람이 가장 많이 말하는 것은 완독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독서모임은 “이 책이 나를 통과해서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된 것을 말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완독은 기본이라 믿는다.

이화정 작가는 자신의 ‘책 보물찾기’라는 노트를 보여주었다. 목차와 페이지를 적고 책 내용을 필사한 노트다. 바인더노트에 빼곡히 적어 놓은 메모를 통해 논제를 찾기도 하고, 기획과 구상을 하는데 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필사다. 온라인에 글을 쓰기 전에 노트에 직접 손으로 필사를 한다.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인가. 그렇지만 필사노트를 쓰면서 자신에게 위로되고 필요한 구절을 딱 찾아내면서 인생의 처방전이 된 경험이 많다고 한다.

앞으로 북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이 생겨나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공부모임을 열었다. 모든 노하우를 공유하고,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모임이다. 자격증이나 수료증 대신 실질적으로 책을 열심히 읽고, 써야 한다. 서점과 협업하여 책 문화를 기획하는 일과 함께 본인이 열고 싶은 독서모임을 구상하여 발표한다. 혼자 읽기에서 함께 읽기로 나아가는 가교 역할을 한다.

책으로 삶을 돌보는 사람, 책으로 삶을 꽃피우는 사람이 북 코디네이터다. 자격증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험을 매번 새롭게 쌓아나간다. 단순한 독서모임의 리더, 토론진행자가 아니다. 재미있는 독서모임 중 하나로 ‘온라인북클럽’ 사례를 들었다. 동시에 접속하여 책이야기를 나누는데, 미리 일주일 전에 나누고 싶은 주제를 공유하고 동시 접속하여 서로 멘트를 남기는 식으로 토론한다. 전국 어디서나 해외에서도 참여가 가능하다. 2시간가량 모임이 진행되면 A420장 분량의 글이 남는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이 알짜의 생각만 모아지는 셈이다.

“책모임을 통해서 존재감이 없던 사람들이 존재감을 찾습니다. 책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알게 됩니다. 내가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 작가가 내게 말을 걸듯이 위로받는 경험을 합니다. 나만의 책읽기에서 모두의 이야기를 찾게 되는 것이 북코디네이터의 삶이 아닐까요?”

책으로 위로를 받고, 함께 연결된 느낌을 받는 것. 외로운 사회 속에서 책을 통해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이화정 작가 이야기를 들으며 ‘단단함’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책 읽는 기쁨을 찾아내고, 그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여 함께 나누는 일을 즐거워하는 삶.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를 나누는 지금 시대에 정말 필요한 일 같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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