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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얼이 서린 수원에서 ‘전통자수’를 알리는 유숙자 자수명인
김소라 기자 | 승인 2019.10.07 23:57

수원에서 2013년 가장 먼저 문을 연 게스트하우스 ‘송아당’은 사실 전통자수의 대가인 유숙자 명인의 전시관이기도하다. 전통자수 명인으로 30년이상 매일 하루에 5시간에서 8시간씩 수를 놓고 있다. 전라도 남원이 고향이며, 어린시절부터 어머니를 비롯하여 동네 분들이 모두 수를 놓았다고 한다. 자연스레 수공예는 생활의 일부였다.

유숙자 명인은 고행자 선생님, 한상수 선생님 등으로부터 사사를 받고 2013년 전통자수 명인으로 인증 받았다. 수많은 공예 대전에서 입상하고 수상했으며, 전통자수의 면모와 맥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에 살면서 정조대왕의 효심 및 업적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전시관에는 정조대왕의 시, 서, 화 등의 작품뿐만 아니라 낙성연도, 정조의 낙관 등 많은 자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정조교명은 영조가 정조에게 세자책봉을 한다는 글이에요. 이를 모두 수로 놓았습니다. 또한 저는 정조의 낙관에 관심이 많은데 직접 글을 쓰고, 낙관을 만드신 정조대왕의 손끝을 느끼게 됩니다. 서각의 용도에 따라 자신이 직접 낙관까지 만든 정조대왕의 생각을 수로 놓으면서 수원이라는 곳을 전통자수의 명품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유숙자 명인은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구상한다. 수를 놓는 시간도 행복하고, 완성했을 때의 희열이나 또 다른 작품을 생각할 때의 설렘까지 더해진다. 전통자수는 모두 명주실로 놓아야 하는데 지금은 수요자가 거의 없어 우리나라에서도 실을 생산하지 않는다. 명주실 장인들이 사라질 것에 대비하여 10년 전부터 전국을 다니면서 명주실을 수집해서 소장하고 있다. 자신의 보물창고라고 하면서 보여준 색색깔의 명주실은 보기만 해도 찬란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애정을 듬뿍 담아 만들었던 ‘낙성연도’는 1년 반이 걸릴 정도다. 비단에 수를 놓아 풍경, 사물, 인물, 자연 등을 표현하는 전통자수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아름다움이다. 점점 전통자수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수십 년 간 평생을 해왔던 인간문화재 선생님들은 세상을 떠난다. 우리의 전통과 예술성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현재 송아당은 게스트하우스로도 운영된다. 2층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방을 구경시켜 주셨는데, 전통자수와 도자기, 조각보, 매듭, 바가지공예 등으로 꾸며놓은 방이 운치 있다. 외국인이나 타지에서 오신 분들이 수원에 머물 경우 하룻밤을 머문다면 전통자수에 흠뻑 빠져들 매력적인 장소다. 송아당과 함께 ‘맛고을’이라는 전주비빔밥 식당까지 운영하면서 바지런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다. 자수를 놓는 손맛이 그대로 음식에도 이어져 있어서인지 사람들에게 인기다.

“전통자수는 하려는 사람도 없고, 작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도 흔치 않아요. 저도 작품을 팔기 위해서 고심을 하게 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도 항상 존재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지만 모두 즐기면서 하려고 해요. 목, 허리 디스크까지 있지만 자수를 그만둘 수 없는 일이죠. 두뇌를 계속 사용하고, 손을 쓰기 때문에 치매 없이 늙을 것 같아요.”

유숙자 명인과는 지난 5월 함께 중국 상해임시정부 여행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알게 된 인연이다. 양조장을 운영하셨던 아버지, 시서화에 능했던 주변의 예인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하며 중국 서호에서 뱃놀이를 하면서 유숙자 명인이 판소리 한 가락을 뽑아내며 흥을 돋우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수원이라는 도시는 가만 보면 고향은 아닐지라도 정조대왕과 화성축성의 역사, 화성행궁 등의 매력에 빠져 이주를 해 온 사람들이 많다. 유숙자 명인도 원래는 전주에 가서 자수 전수관을 하려고 했으나 수원으로 정착하게 된 케이스다. 훌륭한 공예작가들이 수원에 거주하고, 수원을 알린다는 것은 얼마나 큰 자원인가. 전통자수 명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우아하지만 피눈물 나는 노동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유숙자 명인은 전통자수를 운명처럼 여기고 매일 정성스레 수를 놓는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은 지독히 성실하고도 반복적인 인내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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