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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버스에 있다
이건일(당진북부사회복지관 관장) | 승인 2019.11.05 10:24

날씨가 좋을 때면 나들이를 생각한다. 여기에 시간만 낼 수 있다면 우리는 떠나는 것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친다. 복지시설에 거주하는 분들도 봄과 가을이면 나들이를 계획한다. 하지만 이용 당사자에 따라서 나들이의 준비 강도는 천차만별이다. 거동이 불편하여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은 시설에서는 감히 엄두를 못 낸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1:1 수준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야 가능하다. 이용 당사자 1명당 1명의 자원봉사자가 있어야 하니 실제 20명의 나들이가 40여명의 규모로 늘어난다.

거동이 불편할수록 외부 활동이 어렵기에 나들이는 당사자 입장에서 아주 멋진 이벤트다. 사회복지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자주 이런 일들을 계획한다. 나들이를 진행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이동이다. 그리고 휠체어가 많을수록 그 강도는 늘어난다.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전세버스를 탈 수 있게 휠체어 앞에 다가와 뒤돌아 앉는다. 그리고는 팔을 꼭 잡고 힘껏 업는다. 업은 상태에서 버스에 올라 자리에 내려드린다. 휴게소나 목적지 그리고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동안 이런 일들은 반복된다. 휠체어를 타고서는 스스로 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몸이 이래서 선생님 힘들게 합니다. 너무 미안해요!”

자원봉사자 등에 업혀 있던 한 분이 조용히 말을 건넨다. 몸이 불편한 것이 미안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왜, 장애가 있다는 것이 미안한 일이 되어야 할까? 자원봉사자와 사회복지사는 당황스럽다. 장애를 스스로의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에 미안하고 안타깝다.

그들의 몸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버스에 탈수 없었던 것이 아니다. 버스의 설계에 결함이 있어 버스를 탈 수 없었던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했다면 그리고 장애를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장애라는 이유로 버스를 타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장애인의 버스 이용에 대한 이동권의 역사는 2003년에 도입된 시내권 저상버스로 시작되었다. 이후 2019년 10월 28일에서야 휠체어로 탈수 있는 고속버스가 시범 도입되었다. 국토교통부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개통식을 갖고 필자의 근무지인 당진을 비롯하여 부산과 강릉, 전주 노선을 마련했다. 2006년에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이 시행되었지만 지지부진하다가 드디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게 설계되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최근 들어 무장애 여행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전국 각지에 휠체어가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관광지를 선택하여 소개하기도 한다. 많은 활동가의 노력으로 무장애 관광지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휠체어 사용자가 많은 복지시설에서는 이를 고려하여 나들이 장소를 선택하기도 한다.

여행에는 반드시 이동이 뒤따른다. 단지 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이동의 자유다. 그래서 이동에서부터 무장애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 무장애 여행지에서도 그 빛을 발한다.

장애인이 선택의 여지없이 누군가의 등에 업힘을 당하는 여행은 사라져야 한다. 무장애 여행이라는 테마도 이것이 당연한 일상이 된다면 ‘무장애 여행지’, ‘휠체어 탑승 가능 버스’라는 단어도 사라질 것이다. 스스로가 이동을 선택할 수 있는 나들이가 일상이 되고, 몸이 불편한 것이 죄가 아닌 세상이 오기를 우리는 여전히 희망한다.

이건일(당진북부사회복지관 관장)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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