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읽어왔던 문학 작품 중 가장 멋진 제목은 무엇이었을까? 제목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 상징성이 컸던 작품 중 하나는 바로 <달과 6펜스>다. 달로 상징되는 무한한 이상세계, 6펜스로 상징되는 지독한 현실의 대비를 문학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달은 현실과는 멀리 동떨어진 이상향이고, 많은 사람들이 가질 수 없다. 소설의 제목처럼 우리는 ‘6펜스’의 문제를 평생 짊어지고 살아간다.

<달과 6펜스>는 서머싯 몸이라는 프랑스 작가의 작가적 지위를 확립한 작품이다. 1919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무렵 출판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중년의 사내(스트릭랜드)가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여 광기의 예술혼을 불태우며 예술가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세속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으로 인습적인 삶의 풍자를 나타냈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라고 말하는 스트릭랜드의 목소리에는 진실한 열정이 있다.

스트릭랜드는 영국 증권거래소에서 일하는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다. 아름답고 교양 있는 아내도 있고, 1남 1녀의 자녀도 있고, 넉넉한 수입과 괜찮은 집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고서는 못 견디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때를 정했고, 가정과 직장 모두 버리고 파리로 떠나버린다. 스트릭랜드의 아내 입장에서는 무책임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인으로 비추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개인의 삶에서 보자면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일 뿐이다.

그는 병과 굶주림 속에서 가난하지만 자족적인 예술가로 산다. 육체적인 안위를 전혀 돌보지 않고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려나간다. 당시 파리에 스트릭랜드가 머무는 동안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친구 한 명이 있다. 바로 화가 ‘더크 스트로브’다. 스트로브는 상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예술적인 고뇌가 없고, 스스로의 작품에도 불만족한다. 스트로브는 전적으로 스트릭랜드를 물심양면 지원해주고 후원자가 된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는 스트로브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기 그림의 모델이 되어 주었던 여인, 바로 스트로브의 아내 블란치를 자살로 이끈다.

스트릭랜드는 결국 자신이 평생 찾아다닌 곳이 타히티 섬이라고 느끼고, 원주민 아타라는 여인과 아이를 낳고 산다. ‘나는 언젠가 모든 욕정에서 벗어나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내 일에 온 마음을 쏟을 수 있는 때가 있었으면 하오’라고 생각했던 곳이 바로 타히티였다. 나병에 걸려 죽기 전까지, 시력을 잃기 전까지 그림을 그린다.

“누가 봐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생활을 택하고 말았다. 이것이야말로 모험에 대한 갈망, 궁핍한 생활쯤 얼마든지 하겠다는 각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질 수 없는 달에 대한 욕망을 가진 우리들. 달로 향하기 위한 용기를 내기가 힘들다. 이 책은 우리에게 모두 ‘스트릭랜드처럼 살아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모든 문학은 설명하고, 주장하지 않는다. 실용적인 책처럼 지침을 내놓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스트릭랜드의 삶은 고귀하고 아름답다. 스트릭랜드는 우리들에게 내면에 강한 에너지를 되찾게 해 주는 인물이다. 스트릭랜드와 같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열정에 감복하게 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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