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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 귀한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소영 기자 | 승인 2019.12.15 09:17

‘맛집’이란 단어가 참 흔한 세상이 됐다. 매스컴에 나오는 것 역시 ‘대단한 일’이 아니게 됐다. 오히려 ‘광고 거절’, ‘노티비’ 집이 소신 있어 보일 정도니, 말 다했다. 나 역시 여러 군데의 ‘밥집’을 인터뷰 해봤다. 이런 저런 질문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기자의 특성상, 취재 후 여러 정보를 알게 된다. 그 가게의 역사부터 가족관계, 사정, 주인의 마음까지도. (그래서 ‘정말 잘 됐으면 하는’ 집이 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집도 있다는 말.)

한 사장님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서 노트를 끼고 메모를 한다고 했고, 한 사장님은 ‘애들도 크고 돈 벌려고 시작했다’지만, 음식 경연대회까지 나가서 금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팥죽을 만드는 사장님은 꺼멓게 탄 나무주걱을 인테리어 삼아 벽에 걸어두기까지 했다. 그 나무주걱은 많은 걸 시사했다.

개인적으로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왔던 ‘횡성 박현자네더덕집’ 사장님을 안다. 나는 그 사장님의 딸에게 물었다. ‘딸이기 전에 사장님을 보며 무엇을 느끼냐’고. 그녀는 말했다. “정말 부지런하세요. 재료도 허투루 낭비하는 법이 없고요. 무엇보다도 끈기와 체력이요.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음식을 만든다는 게, 저도 장사를 해보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계속 개발하는 것도 배울 점인 것 같아요.” 딸의 말처럼, 나 역시 그녀의 음식에서 정성을 맛봤다.

아무튼 취재 후 나는 크게 이 두 가지를 느꼈다. ① ‘어쩌다 밥집’을 했지만, 자신의 ‘인생 전부’인 양 열심히 사는 분들이 많다. ② ‘농사나 해야지’, ‘장사나 해야지’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널린 게 ‘밥집’과 ‘맛집’이 되어버렸지만, 나에게 진정한 ‘맛집’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단순히 맛있기만 한 게 다가 아니다. 그렇다고 사장님과 ‘이모’, ‘언니’하며 야단법석 떠는 것도 아니다. 맛과 정이 은근히 섞이는 그 지점이 맛집을 결정한다. 사장은 ‘먹고 살기위해’ 일을 하고, 손님은 ‘먹고 살기위해’ 그곳에서 밥을 먹지만, 목적을 넘어 그 시간을 공유하는 작고 사소한 존재들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하루하루 버티고 가게를 지켜왔을 사장님의 세월이 보이고, 단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고, 가늘고 길게 제 몫을 해냈기에 떳떳하고 당당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 그런 요소들이 마음을 움직이면 단골이 되는 듯하다. 때문에 아무리 누추하고 허름해도 상관없다. 단골집 음식에는 흉내 낼 수 없는 ‘사람냄새’가 있으니까.

나는 근래 생협을 이용하는 엄마들끼리의 단톡을 즐겨본다. ‘재료’와 ‘음식 사진’이 주로 올라온다. 같은 재료로 여러 메뉴를 만드는 게 신기하고, 우리가 이토록 위대한 일을 끼니마다 행한다는 사실이 (우리끼리) 흐뭇하다. 특히 주부경력 30년차 엄마들의 밥상은 마법 같다. ‘밥 한 끼’가 정말 소중하게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노동을 우리는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오늘도 발품을 팔고 눈과 코로 탐사한다. 검색 없이.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음식점을 들어가 본다. 나만의 ‘단골 맛집’을 찾기 위해서. ‘맛집’이 귀한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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