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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은 동물의 집이었다
이소영 기자 | 승인 2020.01.12 08:33

“전나무를 비롯한 수목과 구절초 등을 곳곳에 심어 붉은 암벽을 가렸어요. 나무로 만든 그늘집도 별도로 만들었어요. 호랑이와 사자들이 숨기도 하고 한가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거죠.”

동물원 내 녹지대 관리를 맡고 있는 직원은 내게 ‘비포-애프터’ 사진을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했다. 자신의 휴대폰에 담겨있는 희귀 호랑이 사진(구름다리를 넘어 가는 모습)을 제 손주 보여주듯 뿌듯해하는 직원도 있었다. 또 다른 팀장이란 자는 이렇게 말했다. “제 직장을 두고 아이들은 ‘엄마 동물원’이라고 말해요. 제 집 마냥 좋아하죠.”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끝냈다는 OO동물원을 취재했다. 나는 그날 묘한 감정을 조우했다. 한 줄로 정리하면 ‘내 안의 편견이 한 커플 벗겨지는 순간’ 이었다. 동물원은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무엇보다 ‘전시 공간’을 넘어 보존하고 지켜내는 ‘생태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는 건 직접 발품 팔아 걷고 물으면, 아는 법이다.

고백한다. 취재를 시작하기 전, 내 마음은 ‘취재’보다는 ‘취조’에 가까웠다. 그래서 직원 분들에게 뼈 있는 질문을 했더랬다. ‘동물들이 불쌍하지 않냐’부터 시작해서 ‘스트레스 받는 게 느껴지냐’까지…. 몇 달 전 아이와 처음 찾은 동물원이 생각나서였다. 그날 아이는 동화책 속 동물을 실제로 접했다는 사실이 신기한지 즐거워했다. 그 옆에서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나는 이따금 불편했다. 동물원 안에 사는 ‘동물’만이 아닌 ‘동물들의 삶’이 눈에 들어와서.

취조의 현장엔 수의사도 불렀다. 16년 간 동물원에서 일했다는 그는 동물이 좋아서 무작정 동물원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 말엔 ‘와보니 달랐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속살’을 마주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는 동물원이 추구해야 할 ‘길’을 찾은 듯했다.

“동물들이 사는 공간을 인간이 다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멸종 위기 동물들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동물원이기도 합니다. 리모델링한 곳에서의 스트레스요? 확실히 덜 받을 겁니다. 동물들을 보존할 수 있는 공간이 동물원인 만큼 존재 가치를 높여야 해요. 솔직히 동물원이 ‘인기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해요. 그래야만 동물원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죠.”

취조 같은 취재가 끝난 후, 나는 제법 많은 공부를 했다. ‘고문당하고 살해되고 옴짝달싹도 못하는 공장식 축산 현장’을 비난‧비판하는 ‘탈육식자’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보기에 이르렀다. 동물원에 관한 책 몇 권과 기사, 독립영화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동물원은 인간이 만든 ‘우리’가 아니며, ‘동물들의 집’이라고 인식을 전환했다. 동물원은 ‘인간’과 ‘동물’을 잇는 ‘다리’였다. 덧붙여서 ‘동물권’은 ‘지구상에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내 주변, 동물을 살펴보는 마음’이라고 정의 내렸다. 결론. 억대 단위의 동물원 사업비가 아깝지 않았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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