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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태실 - 옥천리 태봉으로 불렸던 양평 제안대군 태실경기도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김희태 기자 | 승인 2020.01.12 20:51

경기도에 소재한 조선 왕실의 태실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태실이라면 양평 제안대군 태실을 들 수 있다. 제안대군 태실은 현 양평군 옥천면에 소재하고 있는데, 조선시대에는 양근현의 치소가 있던 곳이다. 현재 양근현과 관련한 흔적은 양근향교와 함께 한때 읍성이었음을 보여주는 지명이 남아 있다. 이러한 옥천면에 소재하고 있는 제안대군 태실은 그간 옥천리 태봉으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산 정상에 태실비만 남아 있다.

양평 제안대군 태실의 원경
옥천리 태봉의 정상에 위치한 제안대군 태실비

해당 태실비에 남아 있는 명문을 통해 제안대군의 태실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제안대군은 예종의 둘째 아들로, 어머니는 안순왕후 한씨다. 적장자 계승을 원칙으로 했던 조선이었기에 아버지가 왕이었던 제안대군은 왕위 계승의 가장 유력한 후보였지만, 예종이 왕위에 오른 지 2년도 채 못 되어 세상을 떠나면서 상황이 반전이 되었다. 이후 제안대군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정희왕후 윤씨와 한명회 등에 의해 의경세자(=추존 덕종)의 둘째 아들인 자을산군이 왕위에 오르게 된다.

■ 제안대군의 처세술과 관심이 필요한 제안대군 태실비

그렇게 성종이 왕위에 오르면서 제안대군은 왕위의 유력한 후보자에서 졸지에 위태로운 신분이 되었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선왕의 아들이면서 왕위에 오르지 못한 경우 대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역사의 사례를 통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데, 그런데 이후 제안대군의 행적을 보면 의외의 처세술로 오래 살아남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기록에 나타나는 제안대군의 모습은 바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정말 바보였는지, 아니면 스스로 바보가 되는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들이 있을 정도다. 쉽게 <삼국지> 속 유선을 생각하면 좋은데, 선왕(=예종)의 아들인 만큼 성종의 왕위 계승 정통성을 위협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 바보가 되는 선택을 하면서 연산군 시대까지 장수를 누렸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정황상 충분히 수긍이 되는 부분으로, 왕위에 오르지 못한 왕자의 삶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안대군의 삶은 묘하게 눈길이 간다.

제안대군 태실비의 앞면. 일부 글자의 마멸이 있지만, 지금도 육안판독이 어렵지 않다.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서울 월산대군 이정 태실

이러한 제안대군의 태실은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 산 1번지와 양평군 옥천면 옥천리 산 8번지가 만나는 산의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산 자체는 높지 않지만,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산의 정상에 세워진 제안대군의 태실비는 일부 글자의 마멸이 있지만, 대체로 육안 판독이 어렵지 않은 수준이다. 또한 태실비의 외형을 주목해서 보면 좋은데,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서울 월산대군 이정 태실(서울특별시 기념물 제30호)과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즉 해당 태실이 조선 초기에 만들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태실비의 앞면에는 ‘왕세자남소손태실(王世子男小孫胎室)’이 새겨져 있다. 즉 당시 왕세자의 아들이자, 동시에 왕에게는 손자가 되는 인물의 태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안대군 태실비의 뒷면. 새겨진 명문을 통해 1466년에 세워졌음을 알 수 있다.
보존과 관심이 필요한 양평 제안대군 태실비

또한 태실비의 뒷면에는 ‘성화이년?월이십일입석(成化二年?月二十日立石)’이 새겨져 있는데, 성화는 명나라 헌종(=성화제)의 연호다. 따라서 이를 환산해보면 1466년(=세조 12년)에 태실비가 세워진 것을 알 수 있다. 이해에 태어난 왕세자(=예종)의 아들이라면 제안대군이 유일하기에 해당 태실이 제안대군의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태실비의 앞면에 새겨진 소손(小孫)의 의미는 세조의 손자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예전에는 옥천리 태봉으로 불렸지만, 태주가 확인된 지금은 양평 제안대군 태실로 부르는 것이 맞다. 그런데 해당 태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생각처럼 많지는 않은데, 이를 보여주듯 태실 주변의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경기도에서 가장 앞선 시기의 태실비이자 동시에 문화재적 가치가 있음에도 태실비의 보존과 관리에 대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양평 제안대군 태실, 혹 양평군 옥천면을 방문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제안대군 태실을 한번 주목해보실 것을 권해드린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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