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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구원 대신 현실의 평범한 연대 속에서 희망을
김소라 기자 | 승인 2020.03.25 16:23

삶에 대한 두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고통에 대한 두려움, 무지함에 대한 두려움 등은 스스로를 제한적으로 만든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재앙’같은 상황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구원해주길 바란다. 슈퍼맨과 같은 히어로가 나타나 재난에서 구해주기를 바란다. 저명한 과학자가 나타나 생명을 구해줄 신약을 빨리 만들어줄 것을 믿으며, 권력 있는 정치인들이 사회적인 혼란의 사태를 수습해줄 것을 원한다. 어떤 이들은 신과 같은 초자연적인 절대적인 힘을 지닌 종교에 맹신한다. 여전히 종교의 힘으로 바이러스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꼽힌다. 1940년대 오랑시에서 일어난 기묘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소설이지만 현실적인 모습에 공감된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유언비어가 돌고, 근거 없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대처하기도 한다. 혼란 속에서 가장 호황을 맞은 곳이 단 한 곳 있었다. 바로 교회였다.

소설 속 ‘파늘루’ 신부는 예배 설교시간에 신도들에게 “당신들은 죄인이다. 죄를 심판하기 위해 하나님이 채찍질을 내린 게 페스트”라며 회개 기도하라고 말했다. 심지어 “여러분을 괴롭히는 그 재앙이 도리어 여러분을 향상하고, 여러분에게 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고 말하며 신의 뜻이라며 죄를 뉘우치라고도 했다.

사람들은 고통과 대면할 때 고통과 마주 서기보다 주로 회피를 택한다. 어쩌면 노예화의 과정일 수도 있다. ‘너는 나를 통해서만 천국에 이를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어’라고 말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조종한다. 메시아적 존재를 부여잡아 자신의 고통의 원인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절대적인 누군가가 나타나서 보잘 것 없고 측은한 나를 구원해 주길 바란다.

그러나 <페스트>에서 절망적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힘은 신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아닌 연대하고 싸우는 사람들이었다. 부조리한 세계에 맞서 저항하는 행동하는 소시민들 말이다.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연대하며 힘을 모으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지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비슷하다. 정치와 자본과 과학의 힘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로 현실을 헤쳐나가고 있다.

피로를 견디면서 환자들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애쓰는 의료인들, 생업을 젖혀 두고 병마의 현장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들, 사비를 털어 성금을 내놓거나 물품을 기부하는 시민들, 자율적인 방역체계를 만든 지역의 재능기부자들, 무료 도시락을 싸 나른 시장 상인들, 마스크를 만들어 기부하는 사람들, 성금을 모아 기부하는 사람들, 자신의 마스크를 양보하는 사람들 등등. 이 모든 사람들이 희망을 만드는 현실의 영웅이다.

전염병은 신이 내리는 처벌이 아니다. 믿음이 약해졌거나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교도에게만 내리는 가혹한 시련이나 형벌이 아니다. 모두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체의 문제이며, 생명체가 연결되어 있다는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일이다.

페스트의 소설 말미는 이렇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되지 않으며, 수십 년 동안 가구나 내복에 잠복해 있고, 방이나 지하실, 트렁크, 손수건, 낡은 서류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또한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페스트가 쥐들을 다시 깨우고, 그 쥐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로 보내 죽게 할 날이 오리라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

시련 속에는 교훈이 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관념과 이상에 치우친 전문가 혹은 정치 권력의 이념 혹은 종교적인 의존이 아니다.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 아래 평온한 일상을 진심으로 소망하며 혼돈의 시대를 견뎌야겠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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