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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집 들여다볼 것
이소영 기자 | 승인 2020.08.10 08:09

안방 화장실 곰팡이 핀 곳에 락스 바르기, 베란다 배수구에 낀 먼지 수세미솔로 제거하기, 식기세척기 청소하는 법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묻기, 청소기 필터 가득 찬 것 비우기, 선풍이 날개 먼지 닦기…. 최근 다이어리에 적어둔 메모 중 하나다. 청소를 한 목록에는 밑줄을 찍 그었다. 누가 보면 ‘청소 전문가’인 줄 알겠다. 어쩌면 틀린 말이 아닐지도.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전보다 많아지면서 ‘자발적 집순이’가 된 나는 집 안을 엑스레이 찍 듯, 살피고 다녔다. 부끄럽지만 이사를 온 지 1년 만이었다. 엑스레이를 찍고 그 대안을 세분화(스몰스텝)해서 부담을 줄였다. 곰팡이가 핀 곳이 기적처럼 깨끗해지자 마음이 평온해졌다. 공간이 새 생명을 얻은 듯 했다. 저절로 집 안을 들여다보는 행위에 세심함과 관심, 따스함이 묻어나왔다. 먼지든 물건이든 대청소를 해서 없애버려야 하는 골칫덩어리로 보면, 그건 스트레스가 됐을 것이다. 때문에 나는 ‘청소를 했다’라는 동사보다 ‘들여다보다(가까이서 자세히 살피다)’라는 동사를 쓰고 싶다.

얻은 수확은 깨끗해진 집 외에도 많았다. 나의 ‘욕구’과 ‘필요’ 사이를 저울질해보고, 내가 지닌 ‘소유’와 ‘무소유’를 고민했다. (신애라와 박나래가 호스트인 tvN의 새 예능 <신박한 정리>에도 나오는 조언이다.) 이전에는 외출 시 자동으로 돌아가는 로봇청소기가 있었으면 했는데, 그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내게는 더 빠른 시간에 먼지를 모아주는 밀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내 성격상 청소기 필터를 비우는 관리 작업을 더 성가셔 할 것이 분명했다.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분리수거(종이곽이나 플라스틱)로 아이디어도 탄생했다. 가끔씩 즐겨 마시는 편의점표 라떼 플라스틱 뚜껑은 비누받침대가 됐고(물 빠짐도 좋다), 종이상자에는 연고를 넣어뒀다. 저 위의 메모처럼 하루에 한두 군데만 살펴봤는데도, 한 달이 지나니 얼추 ‘집 돌보기’는 끝났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먼저 알아가는 과정은 꽤나 유익했다.

요즘은 우울증의 한 형태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강박증’이 꽤나 많다고 한다. 유튜브로 본 쓰레기집 사연은 청소자극용뿐 아니라 내 마음도 돌아보게 됐다. 물건은 곧 에너지(관리에 필요한 육체적, 정신적, 물질적 노동이 포함된다)라서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들여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각성했다. 실제로 ‘청소, 버림, 정리’란 행위들의 철학적 가치를 느낀 이들은 줄곧 이렇게 말한다. “새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어요. 우리집이 좋아졌거든요.” 이런 간증도 많다. “부동산에 내 놓은 집이 금방 팔렸어요.”

마음이 아픈 이들이 많은 시대, (정리 프로그램이 예능으로도 나올 정도니) 민․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을 듯하다. 수원 팔달구에서 몇 년 전 ‘찾아가는 깔끄미 무료청소’를 실시했다고 하는데 복지사각지대를 살펴보면 좋은 사례가 많이 나오지 않을 까 싶다.

어차피 인생은 변주곡 마냥 굴곡의 연속 일 테지만, 적어도 내가 자주 있는 ‘공간’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게 행복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집청소를 앞두고 막막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세분화해서 하루 한 곳 청소하세요, 힘들면 ‘쓰레기집’ 검색해서 영상을 보세요. 우리는 우리의 공간 안에서 진짜 견고한 우리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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