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중독증. 어느 날의 내가 나에게 내린 병명(?)이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은 후 나의 뇌는 항상 풀가동 모드였다. 불쌍한 나의 뇌. 글감을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배열하는 것은 물론 작은 행동과 사소한 일상에서도 나는 생각 쳇바퀴를 돌렸다. 자면 괜찮지 않냐고. 꿈도 자주 꾸는 터라 꿈에서조차 생각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생각이라는 주제가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맥락 없이 넘치는 생각은 분명 나를 방해했다. 몸과 마음이 쉽게 피로해졌다. 문득 떠오른 게 명상이었다.

오디오클립으로 처음 들은 건 싱잉볼명상이었다. 그릇 모양으로 생긴 청동 종인데 신비로운 울림을 줬다. 볼을 치는 강도에 따라 웅장함과 파장의 차이가 컸다. ASMR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싱잉볼은 잠시나마 경직된 뇌를 이완하는 시간을 선사해줬다.

이번 달부터 요가를 재등록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싱잉볼명상을 한다는 게 다시 시작하는 데 원동력을 줬다. 직접 눈으로 본 싱잉볼은 포스가 상당했다. 물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 보통 한 시간 남짓 요가 후 황토찜질팩을 머리와 배 위에 올려둔 후 싱잉볼 소리를 듣는다. 정말 신기하게도 요동치던 생각이 잠잠해졌다.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판단 없이 파장 자체에만 집중해서 그런 듯하다.

요가 선생님은 “운동을 열심히 한 내 자신에게 잘했다고 토닥토닥 칭찬해주라”고 말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흔하디흔한 말인데, 속으로 직접 건네니, 타인이 아닌 나를 통해 위로받았다. ‘내가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명상인걸까.

명상의 종류는 많다. 호흡 명상, 보디 스캔(몸 이완 명상), 걷기 명상, 힐링 명상(감정 명상)등. 그때그때 마다 자신에게 맞는 명상이 있을 거라고 본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배우 문숙이 나무를 끌어안고 우는 영상을 봤다. 처음엔 쇼킹했다. 그런데 사실 이 역시도 명상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도 예민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송지은 씨는 민감한 기질을 ‘잘’ 다스리기 위해 자주 명상을 한다고 한다. 송 씨는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꼭 샤워를 안 한 것처럼 찝찝하단다. 그녀는 나무를 끌어안거나 나무 아래서 서 있으면서 자연의 기운을 느끼는 ‘그라운딩’이라는 자연치유 명상도 추천한다.

너무 사이비스럽다고? 어렵게 느껴진다고? 배우 김재원은 실용주의적인 명상을 한다고 한다. 그는 현실과 동떨어져 이상만으로 가득한 철학과 명상은 인생을 낭비하게 만드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단다. 그저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의 일과를 파노라마처럼 훑어보면서 그날 잘 살았는지, 그 안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땠는지 되짚어보는 식으로 명상을 한단다. 그렇다. ‘명상’이라고 무언가 엄청나게 거창한 의식 같은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에서도 명상을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경기도는 ‘경기도형 문화여가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 안에는 힐링 음악회, 명상 숲, 테라피 체험 등의 예술치료 프로그램이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가상현실 생활체육 활동 시설 ‘VR 브레인 뉴스포츠’(가칭)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 안에는 VR명상이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 명상 초보자이지만, 명상에는 요즘 시대 필요한 ‘회복탄력성’이 있다고 본다. 코로나로 지친 이 시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상담사와 만나지 않고도 나는 내가 나를 치유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 말은 때로 구차한 설명을 위해 붙이는 군더더기일 수도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언젠가는 ‘명상’을 접했으면 한다. 당장 지금이라도 말이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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