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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촉발한 ‘원격의료’… 기존 패러다임 깨야
이소영 기자 | 승인 2020.12.03 00:22

“어르신은 치매와 골다공증을 비롯해 여러 질환을 앓고 계셔요. 병원 약을 대리 처방받아 가져다드리니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몰라요.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나오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으니까요.”

예순 일곱 살의 어르신이 내게 말했다. 어르신은 요양원에서 치매 어르신을 만난 것을 계기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했다. 이후 여러 교육 끝에 ‘공공 후견인’에 선발, 85세 무연고 어르신의 후견인이 됐단다. 가정법원에서 정한 후견인은 의료·사회복지·금융업무 등을 지원한다.

지난 9월, 인터뷰 차 공공후견인으로 활동하는 어르신을 만난 후 이런 생각을 했다. 더 많은 어르신들이 공공 후견인 제도를 많이 활용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코로나19로 ‘집 밖 외출’은 물론 ‘병원’에 가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힘든 어르신들이 많아졌을텐데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괜스레 걱정됐다.

그러다 며칠 전, 의료 AI회사를 취재한 후 걱정은 기우였다는 걸 알았다. ‘의료’와 ‘AI’가 결합된 ‘현주소’는 놀라웠다. 지금 이 시대는 스마트폰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엑스레이(X-ray),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정밀 검사 사진을 볼 수 있고, 의료진에게도 공유가 가능했더랬다.

플랫폼 자체는 다양했다. ▲의료영상을 쉽게 보관하고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개인 의료영상 보관 플랫폼 ▲의료영상을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장소에 있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원격 판독·제공 ▲병원과 병원간의 협진을 도와주는 클라우드 플랫폼 등등.

문제는 ‘환자 중심의 의료 주권회복’이 아직 더딘 점이었다. 플랫폼이 있지만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고, 의료정보에 대한 불편한 접근성 때문에 손쉽게 자신의 의료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특히 코로나가 촉발한 원격의료 논쟁은 이제 시작으로 보였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2월 24일부터 환자가 병·의원 등에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등으로 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가족 등 보호자의 대리처방을 가능토록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팩스와 이메일 등을 활용한 처방전 전송, 환자·약사 간 협의를 통한 약을 수령토록 하면서 사실상 원격의료를 허용했는데, 현장에서는 이번 방침에 동참하기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기색이다. 인프라나 교육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원격의료의 필요성은 지난 2003년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를 허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부터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후 관련 법안은 모두 폐기였다. 원격의료가 의료민영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럼 지금은 어떠한가.

경기도가 올해 9월까지 중앙 부처에 제출한 건의안 중 ‘신종감염병(코로나19) 확산 위기대응시 원격의료 허용 관련 의료법 개정(지난 7월 보건복지부)’은 수용되지 않았다. 중앙 부처의 신중한 검토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인공지능은 의사를 흉내 내는 대신 축적된 수많은 진료 데이터에 주목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에 맞서 우리 역시 똑똑한 환자생활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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