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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장발장 막겠다…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
이소영 기자 | 승인 2021.01.11 08:18

생계형 좀도둑으로 유명한 사람, ‘장 발장’이다. 그는 <레미제라블>이라는 소설 속 인물이다. 빵 하나를 훔치고 5년 형을 받은 장 발장. 그는 복역 3년 만에 탈옥을 거듭 감행하고, 탈옥 시도로 14년을 더 감옥살이해야 했다. 빵 하나의 대가, 19년. 19세기 중반에 태어난 인물인데도, 우리에게 이 인물이 익숙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발장은 처절한 빈곤과 배고픔 앞에 처한 인간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 하는 질문을 준다.

지금 이 시대에도 장발장은 살아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생계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먹고 삶’의 문제 앞에 직면한 이들은 더 늘었다. 높아져 가는 엥겔지수, 나 역시 삼겹살과 목살이 아닌 저렴한 뒷다리살을 사기에 이르렀다. 누구나 가난해질 수 있고, 장발장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우리는 그렇게 인간의 오만과 한계를 깨닫는다.

생계형 범죄도 엄연한 범법이다. 양심과 도덕에만 호소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대안과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벌적 사법’에서 피해 회복 및 조정으로 관계를 회복하는 ‘회복적 사법’. 경미범죄심사위원회의 전신인 ‘즉결심판 예심위원회’가 그 예 중 하나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경찰서 내에서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사건의 피의자를 형사 입건하지 않고, 즉결심판에 회부하거나 훈방하는 제도다.

‘장발장 은행’도 있다.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벌금을 낼 형편이 못돼 교도소에서 노역을 하는 소년소녀 가장, 미성년자, 차상위 계층 등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다. (파렴치범이나 상습범은 지원대상에서 제외)

현재 장발장은행 설립 6년 차. 5년 동안 7875명이 10억8256만9653원의 성금을 보냈다고 한다. 덕분에 783명의 장발장이 교도소에 가지 않았고, 이 가운데 128명이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단다. (지난 2020년 초 기준)

은행장이자 작가인 홍세화 씨는 저서 ‘결: 거침에 대하여’(한겨레출판사)를 통해 이렇게 전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소박하게 살지언정 사회적 연대가 살아 있는 사회,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만큼은 지켜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최근 경기도는 이 ‘존엄’을 지키기 위한 시도를 찾았다.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 운영이 바로 그것이다. 결식 위기에 놓인 저소득 취약계층은 광명·성남·평택시에 위치한 푸드마켓 3곳에서 식품과 생활용품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일부 악용사례와 폐해를 모르는 건 아니다. 이재명 지사는 “정말 절박한 이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존엄해지기를 열망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며 “신원확인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제 막 시행되는 마켓을 두고 효과를 따지기엔 시기상조다. 비난 보다는 응원이 필요한 때다. 법의 정당성만 살아 있을 때 정작 사회가 ‘부당’해질 수 있다. <레미제라블>에 장발장 잡는 순사 마냥. 오히려 마켓을 정리하는 자원봉사가 필요하고, 사각복지에 놓인 사회복지사를 배치해야 하는 게 먼저일 수 있다.

‘살아가는 일은 매일 힘내는 일이었다. 가난의 힘은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다.’

신현림 시인의 ‘가난의 힘’ 일부 구절이다. 시인은 가난을 지난한 고행의 과정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가난 속에도 힘이 있다는 걸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다.

‘죽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무서운 것은 진정으로 살지 못한 것이야.’ 장발장의 말이다. ‘그냥 드림’ 푸드마켓은 진정으로 사는 게 무엇인지 우리들에게 묻고 있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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