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도서관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을 하루 앞둔 5월 17일 김 전 대통령이 1983년 3월5일 미국 필라델피아 템플대학교에서 ‘민중의 한과 우리 세대의 사명’을 주제로 한 연설 동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주요 내용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해결하려면 “보복(인적 청산)이 아닌 민주 회복” 및 화해·용서·관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론과 일부 사람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을 소개하면서 전두환 학살자와 그 일당들에 대한 화해·용서·관용의 정신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문제가 있고, 역사청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인식의 한계를 보였다고 판단한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마치 무슨 대단한 관용과 용기, 비전을 보여주는 듯 소개하는 건 잘못이다.

동영상 속 김 전 대통령 발언의 시기는 광주의 비극이 벌어진 지 불과 몇 년 밖에 지나지 않았고, 국민 대다수는 광주의 비극과 진실을 알지 못했으며, 많은 학생들과 재야인사들이 군사독재의 폭압에 맞서 목숨을 내놓고 싸워야 했던 시기이다.

김 전 대통령이 말한대로 민주회복을 해야 했던 건 맞지만 화해·용서·관용을 얘기할 시기가 전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학살자를 처단하고 역사적 단죄를 하는 건 보복이 아닌 당연히 했어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였다. 오히려 정치권에서 처단과 단죄, 인적 청산을 제대로 못해 광주의 아픔이 온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광주 항쟁이 미완성에 머물렀으며, 현재까지 전두환과 그 가족, 학살자 일당이 부귀영화를 누리며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광주의 피해자이며, 또한 우리나라 민주화 및 IMF 국가적 위기를 벗어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한 말이 전부 진리는 아니며, 그의 한계 역시 분명하게 짚어야 한다.

전두환과 그 가족 및 쿠데타의 주역들은 재산을 몰수하고 사형에 처하거나 평생을 감옥에서 지내게 했어야 했다. 이들은 군대와 공권력을 이용해서 국민을 학살한 범죄자들로 개인 흉악범보다 더 심각하고 위험한 악질의 반사회적 범죄자이다.

우리나라 정치권이 문제인 것이 이런 국민학살자들은 사형이나 무기징역으로 단죄하고 역사적 본보기로 남겼어야 교훈이 되는 건데 아직도 떵떵거리고 잘 살게 하고 있다. 역사적 단죄와 인적청산을 안했으니 광주의 아픔이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정리가 안돼 아직까지 해마다 논란이 되는 것이다.

일제부역자나 박정희 전두환과 같은 쿠데타 세력은 역사적 단죄를 해야 비극이 재발 안된다.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권력쟁취가 가장 큰 목표이고, 특정 지역이나 강경보수들의 표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단죄에 소극적이다. 또한 여든 야든 어떻게 보면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고, 당리당략에 빠져있으니 역사적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광주 시민과 민주인사들을 학살했던 전두환과 그 일당들에 대해 엄정한 심판을 하는 것은 보복이 아니라 역사적 단죄이다. 또한 사회적 비극의 재발 방지 및 이들과 그 지지자들의 준동을 막기 위해 인적청산도 반드시 필요했다. 일반 잡범들이라면 모를까 국민 학살자 및 역사를 거꾸로 돌렸던 군사 쿠데타 세력들에게 김 전 대통령처럼 섣불리 용서하고 화해하자고 하면 안된다. 역사적 청산을 제대로 못하면 비극이 되풀이된다. 일제청산이 안됐으니 박정희 전두환과 같은 쿠데타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한계를 마치 대단한 관용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교훈인 것처럼 여론을 만드는 건 크게 잘못된 것이다. 역사적 단죄를 엄격히 한 후에, 즉 5.18 주요 범죄자들에 대한 사형이나 무기징역(감형이나 사면 등이 아닌 평생 감옥에서 고통 받게 하는 것), 재산몰수, 진실규명 등의 제대로 된 과거청산과 범죄자들의 진정한 반성의 바탕 위에서만 그나마 화해·용서·관용을 말할 수 있다.

전두환과 그 일당이 여전히 부귀영화를 누리고, 일부 정신 나간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큰소리 떵떵치는 사회적 분위기는 현재의 여야 정치권이 광주와 5.18항쟁에 대해 제대로 역사청산을 못했기 때문이다. 제도권 정치인들의 한계를 인식해야 할 사안이지 김 전 대통령의 한계를 찬양하고 홍보할 때가 아니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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