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 내손동에 있는 모락산의 자락에는 세종과 소헌왕후 심씨의 4번째 왕자인 임영대군의 묘와 사당이 있다. 임영대군 묘는 경기도 의왕시 능안아랫말길 32(내손동 31)로 해당 지번은 사당의 주소로, 임영대군 묘의 주소는 산을 포괄하고 있기에 지번 검색해서 갈 경우 입구인 내손동 35-1번지를 검색 후 이정표를 따라 150m 가량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임영대군의 이름은 이구(李璆, 1420~1469)로, 기록을 교차해보면 무예에 능했던 왕자였다.

의왕 임영대군 묘

임영대군은 두 번의 혼인을 했는데, 첫 번째 혼인은 개국공신인 남지의 딸이었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앓았던 탓에 1443년(세종 15)에 파혼을 했고, 이후 두 번째 혼인을 했는데 그 대상은 의정부우찬성을 지낸 최사강의 손녀인 제안부부인 최씨였다. 이 때문에 임영대군 사당 인근에는 임영대군의 아내인 제안부부인 최씨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1439년(세종 21)에 임영대군은 직첩을 빼앗겼는데, 이유는 여성 편력이었다. <세종실록>을 보면 당시 임영대군이 창기 금강매를 첩으로 삼고, 내자시의 여종인 막비를 비롯해 궁중 시녀인 인수부의 여종 금질지 등과 애정 행각을 벌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임영대군 묘의 장명등

문석인. 장명등과 문석인은 옛 석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사를 제외한다면 임영대군은 세종이 아꼈던 아들로, 기록을 보면 세종이 자주 임영대군의 집을 방문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무예에 두각을 드러내는 임영대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세종과 문종은 화포(火砲)와 화차(火車)를 만드는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 결과 화포의 경우 기존의 3배 거리인 8~9백 보가 넘는 비거리의 향상을 이루었고, 화차의 경우 제조한 뒤 서울 및 평양, 안주 등에 배치까지 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서울특별시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연산군 묘에 태종의 후궁인 의정궁주 조씨의 묘가 있는데, 연산군 묘에 태종의 후궁 묘가 있는 이유는 임영대군과 관련이 있다. 본래 연산군묘가 있는 땅은 임영대군의 땅으로, 후사가 없었던 의정궁주 조씨의 제사를 임영대군이 맡게 되면서 묘가 조성된 것이다.

의정궁주 조씨 묘. 서울 연산군 묘에 태종의 후궁인 의정궁주 조씨의 묘가 조성된 이유가 임영대군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임영대군은 1453년(단종 1)에 있었던 계유정난(癸酉靖難)을 기점으로, 형인 수양대군을 지지하면서 천수를 누렸다. 이는 수양대군에 노골적으로 반대했던 안평대군과 금성대군과는 대비가 된다. 이처럼 세종의 왕자들의 운명이 교차되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성주에 있는 세종대왕자 태실(사적 제444호)이다. 이곳에는 원손 시절의 단종 태실과 세종의 왕자 태실 등 총 19기의 태실이 있는데, 이 가운데 인위적으로 훼손된 태실의 경우 왕자 본인 혹은 모친(혜빈 양씨) 등이 수양대군과 대척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세조실록>을 보면 1458년(세조 4)에 금성대군의 태실을 철거한 기록이 남아 있어 이를 알 수 있다.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

임영대군의 태실. 태실 석물이 온전하게 잘 남아 있다.

이처럼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이 있는 선석산에는 임영대군의 태실 석물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 이 가운데 태실비의 전면에는 ‘임영대군구태장(臨瀛大君璆胎藏) / 황명정통사년기미오월이십구일병자입석(皇明正統四年己未五月二十九日丙子立石)’이 새겨져 있다. 여기서 구(璆)는 임영대군의 이름으로, 정통 4년인 1439년(세종 21) 5월 29일에 태실을 조성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임영대군의 묘가 의왕에 자리하고 있는데, 묘의 배치는 봉분을 중심으로 상석과 향로석, 장명등이 배치되어 있다. 또한 좌측에 비석이 세워져 있고, 묘의 좌우에는 망주석과 문석인 각 1쌍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장명등과 문석인은 옛 석물로, 나머지 석물과 비석은 후대에 설치한 것이다.

의왕 임영대군 사당의 측면 모습

안내문을 보면 임영대군과 제안부부인 최씨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은 본래 마을에 있었으나, 현 위치로 옮겨진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살펴봤듯 임영대군의 평가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기준으로 상이한 평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각자의 평가와는 별개로 임영대군의 묘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고, 역사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임영대군 묘의 위치는 의왕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백운호수에서 멀지 않고, 삼남길이 지나는 길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에 속한다. 다만 주차 공간이나 편의시설이 좋지 못한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으며, 의왕의 역사 문화자원으로 주목해볼 현장이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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