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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담론’보다는 ‘놀이’로 접근한 업사이클링
이소영 기자 | 승인 2021.07.27 14:06

“이대로 괜찮을까? 아니, 이래도 될까?”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분리수거장 앞에서 묘하게 죄책감이 들었다. 광주 광산구 운수동 동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업사이클 예술놀이 12씨’ 전시 작품을 보고 한 번 더 생각이 바뀌었다. “이럴 수도 있구나, 이런 방법도 있구나”하고. 개념부터 정리하자. 폐기물들을 본래 가치보다 높게 재활용하는 것을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리사이클링)’이라 한다.

전시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쓸모없음의 쓸모 발견! 병뚜껑, 폐타이어, 밧줄, 고장난 라디오, 볼펜, 탁구공, 달걀판은 결합돼 예술작품이 되어 있었다. 몇 개 소개하자면 이렇다. 달걀판에 탁구공을 튕겨 넣는 ‘꼬끼오목’, 신문지를 뭉치고 감싸서 만든 공으로 투호를 하는 ‘아뚜호’, 버려진 밧줄로 노는 ‘5.1.8 넘기’, 옷걸이를 부메랑으로 만든 ‘오메랑’, 타이어를 활용한 컬링 놀이인 ‘굴링(특허등록)’ 등.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만든 놀잇감이 아니었다. 무려 4년간 이 프로젝트는 진행되었단다. 이호동 창작자를 비롯, 12명의 놀이전문가, 요리사 등 수많은 이들이 4년간 삶을 위한 놀이연구를 한 셈이다. 창작자의 예술가치관은 이러했다. “무작위로 공간과 사물을 부수고 만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옛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의 생각을 내려놓고 노라이버(놀이+맥가이버) 정신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시회 곳곳에 붙어있는 글귀에 시선이 머물렀다. ‘세상을 놀이의 눈으로 바라보라. 그러면 모든 사물은 놀잇감이 된다.’ 그럴듯한 환경운동보다 환경놀이, 예술놀이가 오히려 사람을 바꿔놓을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 교육 체험 수업에 참석한 시민 K씨 역시 그런 케이스. K씨는 전시를 보고 온 후 아이와 함께 더 이상 안보는 책으로 팝업북을 만들기도 하고, 계란판에 물감을 칠하기도 하고, 스티로폼 박스로는 화분을 만들기도 했단다. 역시 사람이 느끼는 지점은 묘하게 비슷하다. ‘버려진 것들’에 ‘숨’을 불어넣는 가치, 흉물을 변화시키는 방법. 그것은 시선의 차이일지도.

관심을 갖고 바라보니 곳곳에 재미나게 사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작업 ‘플로깅’<‘줍다’란 뜻의 픽업(Pick up)과 조깅(Jogging)이 합쳐진 말>, 하루하루 자신이 버린 쓰레기를 모아 사진 찍고 이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쓰레기덕질’, 쓰레기 줄이기가 주제인 잡지 ‘쓸(SSSSL)’ 등. 기업도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패션전문기업 한섬은 재고 의류 등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아트업(Art-up) 프로젝트’를 현재 진행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쓰레기 해법 안에는 공통적으로 5M, 재미(Entertain Me)·경험(Now Me)·영향력(Enlarge Me)·기술(Tech Me)·의미(Inspire Me)가 담겨있다. 쓰레기 문제를 대하는 관점이 일상을 관통하는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면 대성공 아니겠는가.

인터뷰를 통해 만난 놀이 프로젝트 작가는 그가 사는 지자체에 업사이클링 공공기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기자가 알아본 바, 전국적으로 관련 센터들이 있긴 했다. 다시쓰는세상 순환자원홍보관, 부산환경공단 자원순환협력센터, 서울새활용플라자, 경기도업사이클플라자 등). 업사이클링 놀이에 취한 기자는 ‘세금낭비?’라는 생각이 1도 안 들었다. 모두가 힘든 팬데믹 시대, 잊고 있던 가치를 곱씹어보는 전시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재미있게, 여럿이 함께, 놀면서’하자는 것이다. 예술과 놀이가 결합된 놀이터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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