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대학교육을 받은 시청각 장애인,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 사회복지시설 개선을 위해 앞장선 사회운동가. 바로 헬렌 켈러의 이야기다. 손바닥에 사물의 철자를 써 연상시키는 방식의 ‘앤 설리번 표 교육’으로 헬렌 켈러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됐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게 된다.” 헬렌 켈러의 말마따나 인간은 누구를 만나고,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아니, 비록 장애를 지녔을지라도….

굳이 남들 다 아는 위인을 언급한 이유. 얼마전 장애인 평생교육 심포지엄 취재에서 본 한 엄마 때문이다. 심포지엄 후 질문 시간, 나보다 앞서 그녀가 손을 들었다. 행사 내내 열심히 필기하는 모습에 기관 담당자일까 의아했더랬다.

“자폐성 쌍둥이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밥 먹는 것, 옷 입히는 것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몇 배로 가르쳐야 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제가 관련 사회적기업을 차렸습니다. 늘 정보 부재에 좌절됩니다. 장애인 평생학습이 학령기에 있어서도 다뤄줬으면 합니다.” 마이크 너머로 떨리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체험, 몸에서부터 나오는 아우성. 왠지 모르게 숙연해졌다.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평생교육법이라는 것이 있고, ‘장애인 평생교육’도 그 안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는 것을. 정확히 5조에. 국가와 지자체, 기관은 이에 따라 이를 논의할 의무가 있다고 적혀있다. 이를테면 국립특수교육원을 비롯해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은 모양이었다. 장애인들의 평생교육을 위해 구체적으로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 네트워크 기관과 협력도 어려운 게 현 실정이라는 것. 관련 단체에서 나온 한 담당자 역시 자신의 경험을 빗대 “장애인들에게 평생교육은 ‘그림의 떡’이다.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모임에서 만난 학구파 지인의 말이 대비되어 겹쳐졌다. “저는 코로나 수혜자예요. 줌으로 얼마나 많은 강의를 들었는지 몰라요.” 이와 반대로 장애인들의 평생교육 조사에서는 수요자들이 정보 부재 등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안타까운 실정이다.

장애인 평생교육을 어떻게 끌고 가야하나.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공급 기관을 확대하고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도 점검해야 한다. 집체 강의식 위주의 교육 방식도 탈피해보는 것이다. △평생교육 프로그램·교재·교구 개발·보급 △주기적인 지역 현황 조사 △지역 내 장애인 평생교육기관의 네트워크 구축 등은 필수다. 아직은 초석을 놓는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양적 확대와 질적 확대를 동시에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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