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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 빚는 전통가치와 메타버스가 결합한다면?
이소영 기자 | 승인 2022.01.26 23:48

허기가 진다. 빵집에 들렸다. 천연 발효빵? ‘발효’라는 단어에 시선이 3초 머문다. 다른 빵보다 값이 더 나간다. 지갑을 내미는 데 크게 주저 하지 않는다. 단어가 주는 첫 인상, 풍기는 분위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시간을 들여 맛있게 구웠을 것 같다.

자, 우리 한 번 마인드맵을 해보자. 주제는 발효. 다음에 연상되는 건? 막걸리, 누룩! 열에 아홉은 나올만한 답 아닐까. 누룩으로 넘어가자. 누룩은 막걸리를 빚는 재료다.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된장, 간장 만드는 메주와 같은 역할이랄까. ‘씨앗’같은 존재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건 몰랐을 지도. 21년 기준, 전국에 생존한 누룩공장은 단 두 곳이라는 것. 시시각각 변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전통을 지켜나가는 건 그만큼 힘든 일이라는 걸 증명한다.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으니 근현대 한국의 유산이라고 해도 어울리겠다. 아무튼 최근 한 누룩공장 취재를 다녀왔다.

“제가 술을 좋아해서 (운영) 했어요.” 주저함 없이 대답하는 사장님. 30여년의 세월이 정신없이 흘렀다고 했다. 누룩은 밀을 빻아 밀반죽을 원반 모양으로 성형한 뒤 누룩방에서 발효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지근지근 발로 밟아 반죽을 했지만, 노동력 부족 등의 한계에 부딪히자 사장님은 성형기계를 직접 고안해냈다. 여기에 필요한 우리밀은 전부 지역 내 계약재배 농가에서 받고 있었다. 따뜻한 상생을 실천한 셈이다.

누룩방에 들어갔다. 쿱쿱한 특유의 냄새가 진동했다. 2평 남 짓한 방에는 2m 90cm 높이의 나무 선반이 있다. 그 안에 가지런히 놓인 2400여 개의 누룩. 컴컴한 공간에서 유일하게 벌건 불빛만 희미하게 보였다. 연탄난로였다. “연탄이 온도유지뿐 아니라 잡균을 없애줘요. 누룩 향과 풍미도 감해주죠.” 평균 30일의 건조. 시간이라는 예술로 탄생한 누룩이 놀라웠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잘 아는 법. 사장님의 아들은 역시나 대를 잇고 있었다. 수제막걸리를 집에서 만들어먹을 만큼 막걸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매일 돌봐야 하는(?) 누룩 때문에 가족 모두 휴가를 간 기억은 마땅히 없다. 대신 그곳에서 피어난 추억은 누룩 곰팡이마냥 몸에 배었던 것이다. 아들은 누룩을 누가 더 많이 드는지 누나와 내기하면서 지낸 유년시절의 추억이 있었다. 누룩방을 놀이터 삼았던 아들은 전통 누룩의 가치를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익혔다’고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들은 내게 자신의 꿈을 강조해 말했다. 그는 전통 누룩을 지키는데 그치지 않고 존재·유지하기 위한 대중 문화체험장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예컨대 해외의 경우 일본 사케 제조장들은 식당을 겸하기까지 하고, 프랑스 와이너리들은 카페와 함께 포도밭의 자연 경관을 보여준다. 그는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와 함께 할 기회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전통이란 말이 고루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봤다. “중요하다”고 백날 떠드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인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이거다 싶었다.

요즘 난리인 ‘메타버스’가 떠올랐다. 메타버스는 ‘초월(Meta)’과 ‘우주(Universe)’의 합성어다. 즉 ‘3차원 가상세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현재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주로 직원 채용이나 연수, 회의, 상담 등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메타버스’를 하나의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악은 아니지만, 메타버스가 전통을 잇는 ‘가치’로서 활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테면 메타버스 안에서 누룩방을 구경하고, 투어하는 것이다. 관심이 가면 누룩도 그 자리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 더 나아가 코로나로 문을 닫은 문화재투어도 메타버스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격변의 시대, 꼭 지켜야하는 가치를 잇는 연결점 역할을 앞장서서 부지런히 움직였으면 한다. 누가? 지자체가. 정부가.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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