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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대결’로 선거 잡음 없애기
이소영 기자 | 승인 2022.05.06 07:29

잔잔바리 떠들썩하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잔잔하다는 것’. 선거사무실에 큼지막하게 걸려있는 후보들의 현수막 외에는 분위기는 안 난다. 뉴스를 보지 않는 이상 실감이 안 난다.

‘떠들썩하다는 것.’ 용기 한 줌 안고 나부터 목소리를 내본다. 소규모 만남에서만. 한 명 한 명, 속 시끄러웠던 마음을 그제야 털어 놓는다. 지인 A. “제가 권리당원이잖아요. 안 됐으면 하는 사람이 결국 후보가 됐어요. 이력만 알려주니, 사람들은 그럴 듯한 직함만 보고 또 뽑는 거죠.” A와 관계없는 지인 B. “공천 결과보고 너무 속상했어요. 괴리감이 들었어요.”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어울리겠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잔잔한 물결 속 숨어 있는 ‘거친 파도’를 여러번 조우했다. 당을 떠나 여기저기 잡음이 많다. 예비후보 공천 심사를 두고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탈락한 후보들은 재심을 요구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따지는 게 먼발치에서 봐도 보인다. 올해 유난히 더 심하다.

신기한 동네가 있다. 내가 사는 옆 동네. 시장 한 번 뽑는데 후보가 10명 이상 출마했다. 그 동네 사람들의 반응은 이러했다. 서울에서 한 자리 하다가 이제 할 거 없으니까, 아쉬운 고향으로 ‘귀향’했다는 식. 뭘 알겠냐는 식. 다행인건 뒷말로 그치지 않았다. 동네 플랫폼 밴드에서 나름의 미션을 후보들에게 내준 것이다. 후보들은 주민들이 내 준 숙제를(?) 발표해야 했다. 요즘 핫한 ‘라이브방송’처럼 실시간으로 공유되었다. 일종의 ‘주민 예비공천 심사’였다. 그 과정을 슬금슬금 지켜보면서 매우 흥미진진했다.

이 동네의 공천 결과는 처참했다. 반전. ‘어차피 구조는 어찌할 수 없다’는 주민들의 무력감은 덜 했다. 알지 못했던 후보들의 주민들이 발견하고 인지도를 세웠기 때문이리라. 주민들 스스로 권력을 정정당당하게 행사한 것이다. 후보들이 선거철 명함을 돌리면서 굽신거릴 때 느끼는 묘한 ‘권력(투표권)’보다 더 앞선 형태의 ‘권력(검증권, 비평권)’을 누린 셈이다.

“촛불 시위는 권력자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권력자가 되는 과정”이었다. (정희진,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교양인, 2021) 이러한 형태의 권력은 영향력이 아니라 책임감이 붙는다.

상상을 해본다. 예비후보들이 선거를 앞두고 ‘당’ 눈치보지 않고, ‘권리당원’ 비유를 맞추지 않고, ‘보이지 않는 주민’들을 의식하는 것.

그 의식과정이 나는 ‘쓰기의 대결’이었으면 좋겠다.(플랫폼이야 많다) 온갖 공약이 난무하는 선거철, 장원급제 마냥 후보들의 ‘머릿 속’을 들여다봤으면 한다. 교양을 과시하고, 경력만 나열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을 보는 것이다. 적어도 1500자 내외의 글 한 편. 숨은 조력자(보좌관, 비서 등)의 도움 없이. 날 것 그대로. 그럴 경우 후보들이 얼마나 분출해내는지 토해내는지 ‘서사’가 참 궁금하다. 그게 무서워서라도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온갖 것들을 사유(문제의식, 쟁점)하지 않을까.

오래된 관습과 기득권에 발목 잡힌 고정관념 뛰어넘기. ‘정치’와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판이 뒤바뀌려면, 과정에 있어 주객이 전도되어야 한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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