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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로 예술을 꽃피우는 화가 현지윤 씨
이성신 기자 | 승인 2022.08.29 09:55

우리는 실시간으로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을 알 수 있다. 휴대폰 덕분이다. 휴대폰 하나로 수많은 정보를 얻고 생활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휴대폰으로 인해 기존의 직업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한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고 있는 요즘 예술가의 세계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순수 회화만을 고집하지 않고 시대 흐름에 자신의 예술성을 탐구하는 현지윤 화가를 만났다.

남양 행정복지센터 문화교실에서 미디어 영상 촬영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붓 대신 폰을 들고 현대미술을 공부하고 매년 전시회를 여는 화가라고 소개했다.

“제가 현대미술을 전공했기에 그림만 그린 것이 아니라 영상과 융합된 다양한 재료 활용법도 배웠어요. 미디어를 친숙하게 활용하다 보니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내 스토리를 표현하는데 평면 회화만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배웠던 영상과 융합된 매체를 선택하게 됐어요. 그림을 그리게 된 나와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둘러싼 가족의 관계를 풀어내기 위해 ‘사부인’이란 주제로 개인전도 열게 됐지요. 저의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대형 초상화도 그리고, 두 분의 이야기를 비디오로 촬영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계기가 됐어요. 작품 만드는 과정에서 두 분 할머니도 행복해하셔서 좋은 경험이었어요.”

‘사부인’ 영상을 소개하며 영상 촬영 기법을 설명했다. 그림만 그리는 화가의 길이 아니라 미디어의 효용과 가치를 알아채고 예술의 영역을 확대하는데 망설임 없는 그녀가 참신해 보였다. 알고 보니 미대를 졸업하고 1년 동안 미술 연극 하는 곳에서 배우 활동을 한 이력이 있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신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실험해 보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젊은 예술가로 보였다.

화가로서의 애로점을 물었다. 작업공간을 자주 옮겨야 하는 불편함과 창작활동만으로 수익 창출하기가 어려운 점을 들었다. 젊은 예술가들의 예술 활동이 표면적으로는 멋져 보이지만 인지도를 쌓기까지 애로가 많아 보였다.

“꾸준히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전시회를 꾸준히 하고 있고, 전시 내용을 소개하는 책도 만들어 나를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전시회 이력이 알려지면서 다른 전시회와 영화제에 초대되기도 하고 강의 의뢰가 들어와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그 수익으로 얼마간 창작활동의 도움이 되고, 예술가들을 위한 ‘상상캠퍼스’에서 작업하게 된 것이죠. 수원시에서 옛 서울 농대 건물을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으로 개조한 곳인데요. 예술가들을 위해 3년 동안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도록 저렴하게 임대하고 있는 곳이에요. 작가들에게 휴식의 공간으로 환영받는 산책로도 있어 최적의 장소랍니다. 아쉽게도 내년이면 떠나야 해서 다음 작업실을 찾는 중입니다.”

창작활동의 어려움 속에서도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을 알려주었다.

“전시회에서 작품을 선보일 때의 설렘과 관객으로부터 공감받을 때 힘든 마음이 모두 사라지곤 합니다.”

아직도 창작활동에 목마르다는 그녀는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다. 그녀의 이력을 보니 그 열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2010 서울 건국대학교 현대미술과 졸업 이후 잠시 배우로 활동하고, 12년 동안 매년 성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술교육과 미디어 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병행하여 개인전 6회, 단체전 6회, 영화제 14회, 퍼포먼스 1회, 미술심리치료자격증 2급 과정까지 수료했다. 창작 작업을 위한 주변 활동까지 치열한 삶의 증명서 같았다.

주민들에게 영상 촬영 강의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열성적이었다. 미디어 기능에 익숙하지 않은 성인들의 잦은 질문에도 시종일관 성실하게 답변하고 있었다.

“어르신들께 강의 하면서 오히려 제가 배우는 점이 많아요. 혼자 작업만 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는데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자극되어 작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해요.”

청소년과 성인 아우르며 미디어 강사로서 종일 종횡무진 활동하는 그녀에게서 지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갓 졸업한 새내기처럼 밝은 모습이 상큼했다. 그림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하고 싶을 뿐이라며 정년 없이 오래도록 작품 활동만 하고 싶다는 걸 보면 그녀만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인터뷰에 그녀가 내게 주문했다.

“제가 코로나를 주제로 인터뷰를 세대별로 담았어요. 음악 감독님과 협업해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있어요. 전시할 예정인데 와 주시겠어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과 호응하며 생활과 예술의 경계를 실험하고 탐구하는 그녀가 멋져 보여 승낙했다. 젊고 역동적인 현대 예술가를 만나고 오는 길은 든든했다.

이성신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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