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콘서트 ‘오산(川)을 품다’가 오산문인협회 주최, 오산예총 주관으로 10일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중앙도서관 4층 다목적홀에서 200여 명의 시민이 함께하며 성황리에 끝났다.

지역에서는 처음 시도된 ‘시 콘서트’라는 형식도 신선했지만 강사로 나선 지난해 전태일문학상 수상의 박수봉 시인의 강의로도 주목받는 행사였다.

윤민희 오산문인협회 전 지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이권재 오산시장, 곽상욱 전 시장, 이상복 시의원, 한금복 예총회장, 박효찬 오산문인협회 지부장 및 김상옥 화성문인협회 회장, 함동수 시인 등이 참여했고, ▲오산시민 윤갑노, 딕훼밀리 가수 이천행 공연 ▲박효찬 지부장의 인사말과 이권재 시장 축사 ▲박수봉 문학 강의 ▲오산문인협회 회원 시낭송 및 박수봉 해설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흔히 시인들의 행사는 유명한 시인의 작품, 또는 자작시를 낭송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이날의 행사에는 노래, 문학 강의, 시 낭송과 이에 대한 해설 등 다채로운 콘텐츠가 결합된 진일보한 시 콘서트의 형식이 선보여졌다.

박수봉 시인은 강의를 통해 자신이 매일 걷는 오산천에 대한 애정과 집중을 통해 억새, 요양병원, 노을, 철새, 야생 꽃, 징검다리 등 시의 다양한 소재를 찾아내고, 여기에 본질을 꿰뚫는 시인의 통찰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며 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오산천에서 본 철새를 통해 자신은 이주노동자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면서 “얼지 않는 강을 찾아 이나라저나라 거처를 옮기는 철새와 역시 생계를 위해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이주노동자의 고단한 삶이 오버랩되면서 이와 관련한 시를 만들었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오산천에 버려진 애완견을 통해 박 시인은 ‘눈물겨운 실존’과 ‘인간의 이기심’을 성찰했고, 이 역시 시 작품으로 태어났다.

머레이 북친 미국 사상가와 자크 데리다 프랑스 철학자의 주장을 인용하며 ‘인간이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수단과 도구로 취급하는 인간 중심주의’와 ‘인간의 생태계에 대한 폭력성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오산시 집행부가 억새를 베어내고 오산천에 각종 놀이시설과 스포츠시설 설치 계획을 밝힘으로써 환경 파괴 논란이 일고 있는 현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렇듯 오산천은 박 시인에게 있어 시 창작의 보고인 셈이다.

박 시인은 문학에서 감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은 연애 또는 사랑 관련한 시는 안 쓴다”면서도 “잃어버린 감성을 되찾기 위해서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빗속을 걸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시를 통해 궁극적으로 박수봉 시인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것일까? 이와 관련, 박 시인은 “저는 이 사회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의 뒤를 따라가며 그 신음을 받아 적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도한 권력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선한 의지를 끝까지 지지하는 종결어미로 시의 행에 마침표를 찍고 싶은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문학 강연 후 박 시인의 시를 오산문인협회 회원이 낭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청소를 하면서’(시 박수봉, 낭독 정희순), ‘은행나무’(시 박수봉, 낭곡 김혜태·윤영희), ‘징검다리’(박수봉, 낭독 최아론), ‘오산천’(시 박수봉, 낭독 성백원) 네 편의 시 낭독 후 각각 박 시인이 자신의 시에 대해 친절하게 해설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이날 시 콘서트를 주최한 오산문인협회의 박효찬 지부장은 “1992년 창립한 오산문인협회는 30년 동안 오산시민이 응원하고 키워주셨다. 코로나로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고 삶도 힘겹게 이어왔는데, 문학인들이 시민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강연회 등을 통해 시민의 정서적 안정과 위안을 드리는 일이다. 이러한 취지로 마련된 행사이니 좋은 시간 행복한 시간 되길 기대한다”고 인사말을 통해 밝혔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무더운 여름, 마음 한편에 시원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시 콘서트 ‘오산을 품다’ 문학 강연 개최를 축하드린다. 장기간의 코로나로 지친 시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문학의 향기 충만한 이날 행사를 위해 애써주신 오산문인협회 회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시는 우리의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표현해내기도 한다. 오늘 저녁이 행복하고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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