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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삼남길 제5길, ‘중복들길’경기도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김희태 기자 | 승인 2024.07.03 07:51

삼남길은 이름처럼 삼남 지방을 통하는 길로, 여기서 삼남은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를 뜻한다. 이러한 삼남길 구간 중 수원시의 경우 제4길 ‘서호천길(지지대비~서호공원)’과 제5길 ‘중복들길(서호공원~배양교)’이 지나는데, 이 중 ‘중복들길’은 축만제와 서호천을 지나는 길이기에 역사의 옛 흔적을 담은 현장들을 만날 수 있다.

축만제에서 만난 삼남길 이정표
여기산과 가마우지 서식처

첫 출발지인 서호공원은 예전에 서호저수지로 불린 축만제(祝萬提)가 있는 곳이다. 축만제는 수원 화성의 조성과 함께 만들어진 인공 저수지로, 만석거(萬石渠)와 만년제(萬年堤) 등과 함께 정조의 권농정책을 잘 보여주는 흔적이다. 또한, 만석거(萬石渠)와 함께 ‘세계관계시설물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조성 당시의 흔적으로 제방 위에 축만제 표석이 남아 있다.

축만제 표석

축만제의 조성은 지명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축만제의 다른 이름인 서호(西湖)는 수원 화성의 서쪽에 있는 저수지란 뜻이며, 서둔동(西屯洞) 역시 수원 화성의 서쪽에 조성된 둔전이란 뜻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지역 내 상징성이 있는 공간이다. 지금은 가마우지를 비롯한 철새들의 보금자리이자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항미정

축만제 표석을 지나 얼마 걸리지 않아 항미정(杭眉亭)이 눈에 들어온다. 항미정은 1831년(순조 31) 화성유수 박기수에 의해 건립되었으며, 축만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항미정은 순종이 잠시 쉬어가기도 했던 공간으로, 사연은 1908년(순종 1) 10월 1일에 순종이 융릉과 건릉을 전배하고 올라가는 길에 서호(西湖)와 권업모범장(勸業模範場)을 들렀기 때문이다. 또한, 항미정은 일제강점기 때 서호 구국민단의 결성지이기도 하다.

권업모범장 경계석

한편, 항미정의 뒤로는 권업모범장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당시의 흔적이 일부 남아있다. 바로 권업모범장 경계석과 잠업시험소 표석, 권업모범장의 초대 장을 지낸 혼다 코스케의 흉상 좌대석 등이 남아있다. 해방 이후에는 구 농촌진흥청이 들어섰으며, 지금도 이와 관련한 건물과 당시의 흔적인 녹색혁명성취탑 등이 남아있어 주목된다.

서호천
구 서울대 농대 입구에 세워진 수원농림학교 터와 학생 운동지 안내문

다시 삼남길을 걷기 시작하다 보면 이내 서호천으로 들어서게 된다. 서호천을 따라 걷다 보면 이 구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구 서울대 농대)를 지나게 된다. 구 서울대 농대는 과거 수원농림학교가 있던 곳으로, 1920년대에 학생들이 동맹휴학과 비밀결사 운동을 전개하는 등 학생운동이 있었던 현장이다. 현재 구 서울대 농대 입구에는 이와 관련한 안내문과 표지석 등이 설치돼 있다.

앙카라 학교공원

또한, 서호초등학교 정문 맞은 편에 있는 앙카라 학교공원도 주목하면 좋은데,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파병된 튀르키예 군이 수원에 주둔할 당시 고아원을 설립한 것을 기려 기념비를 세운 공간이다. 튀르키예 영화인 <아일라>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삼남길을 걸을 때 함께 보면 좋은 현장이다.

길을 걷다 볼 수 있는 삼남길 리본
수인선 협궤열차의 흔적을 간직한 낡은 철로 다리

다시 서호천을 걷기 시작해 벌말교와 펑고교, 중보교 등의 다리를 지나면 이내 낡은 철로 다리를 만날 수 있는데, 이 다리는 수인선 협궤열차의 흔적이다. 현재 수원 관내에 남아있는 수인선 협궤열차의 흔적은 수원역에 있는 급수탑을 비롯해 오목천동에 있는 구 화산터널과 오목천 철교 교량 부재, 거더와 레일 등 일부 흔적이 남아있다. 수인선은 1937~1995년까지 운행된 협궤열차로 ‘꼬마열차’로 불리는데 이유는 철로의 폭이 아이의 발 넓이만큼이나 폭이 좁기 때문이다. 지금은 폐선됐고 옛 수인선 협궤열차가 지난 공간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용되고 있다.

종점인 배양교

한편, 이후의 경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 우선 중보들공원과 평리교를 거쳐 배양교로 가는 경로와 이정표가 설치된 중보들공원과 황구지천을 거쳐 배양교로 가는 경로다. 배양교는 ‘중복들길’의 종점이자 화성시 구간은 제6길 ‘화성효행길’의 시작점이다. 이처럼 ‘중복들길’은 서호천을 따라 옛 흔적을 담은 여러 역사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는 길로, 평지 구간이 주를 이루고 있어 걷기에 큰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한번 걸어보실 것을 추천한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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