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우리가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역 또는 단체장들은 빨리 경쟁우위를 확보하기만 바랄 뿐 그 과정을 중시하지 않는다. 속성으로 축제를 열어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외국의 유명한 축제를 말하지만 그들의 축제 나이는 평균 60년이 넘는데 우리는 그것을 단번에 따라 잡으려고 한다. 이는 부작용이 크다”고 한다.

삶의 전환점을 나이 30에 바꾼 다는 것은 나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과거 30년을 살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훌쩍 오스트리아로 날아간 김동언 교수! 일상에 대한 탈출을 감행한다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생활인이 자신이 배워왔던 모든 인문학적 지위를 포기하고 예술의 세계로 빠져 든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김동언 교수는 과감하게 가족의 동의만을 구하고 자신의 길로 들어서서 국립오페라 극단 감독을 거쳐 수원화성 국제연극제의 총 기획 감독의 자리에 까지 이르렀으며 현재는 경희대 예술대학에서 후배들을 양성하며 외길을 걷고 있다. 그런 그의 세계를 살짝 들려다보기 위해 밀착 취재에 들어갔다.

그의 하루는 예술인 치고는 바쁘다. 예술인이 느긋하게 명상을 통해 영감을 얻어 작품을 구상할 것이라는 일상의 통념과는 다르게 그의 하루는 바쁘게 시작된다. 오전에는 강의 준비를 위한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 노트 한권으로 10년을 우려먹는다는 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어서 최신의 감각을 스스로 배워가며 학생들을 가르치려는 노력이 없다면 학교에서 퇴출되기 쉽다. 김 감독과의 대면 인터뷰에서도 그런 냄새가 물씬 베어났다. “학생들이 우리보다 감각적으로 뛰어 나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면 학생들로 부터 퇴물 취급당합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요즈음의 감각들을 몸에 익혀두는 습관이 중요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 교단에서 후학들에게 연극인의 마음자세를 강의하고 있는 김동언 교수 @경기리포트

김동언 교수의 이런 예술적 감각에 대한 배움의 자세는 그가 지금 맡고 있는 수원화성 국제 연극제에서도 크게 작용했다. 시민들과 함께 하고자하는 연극제는 지금껏 퇴물 취급만 받아오던 연극제의 방향을 트는 계기가 됐으며, 연극계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 잡았다.

김동언 교수가 처음 수원화성 연극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8년 4월 김용서 전 수원시장이 수원화성유네스코가입 10주년을 기념해 조선 제 22대 임금인 정조의 사상을 연극에 담아보자는 뜻에서 출발했다.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김 감독은 처음 연극제를 기획하며 씨뿌리기를 시작했다.

김 감독은 연극의 불모지 수원에서 급작스럽게 연극제를 한다고 해서 누구하나 이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 연극제의 출발이 ‘씨뿌리기’였다고 한다.

김 교수는 “씨를 뿌리고 꿈을 담아 내야 토양이 만들어지고 그 토대위에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2008년 수원 화성 국제연극제는 씨를 뿌리는 것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4개월 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원 시민들에게 연극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연극을 통해 수원이 경기도의 중심도시라는 자존심을 고양시키는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연극을 통해 수원시민들이 가장 자존감을 느끼고 있는 정조임금의 위민사상을 알리려 노력하고 시도했다. 그것이 2009년 수원화성연극제의 주 테마였다.

지난해 공연했던 연극제가 정조의 평등에 대한 생각과 탕평에 대한 생각을 주로 표방한 것도 김 교수의 일련의 상상력과 기획력들이 연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먼저 연극을 하나의 축제로 승화 시키는 모델을 택했다. 거창한 개막연극이나 폐막 연극 대신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연극, 아마추어 들이 하고 싶은 연극을 할 수 있는 그리고 함께 어울려 연극이 우리 안에 내제되어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알리려 노력했다. 결과가 대 만족은 아니었지만 수원화성 국제 연극제가 연극인들만의 축제가 아니고 시민들의 축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최주연 기자